대림미술관, 기획전시·대관에 집중
최근 개관 롯데뮤지엄 기획전 준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상반기 오픈
또 하나의 대기업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롯데그룹 산하의 롯데문화재단이 롯데월드타워 7층에 지난 26일 개관한 롯데뮤지엄이다.
대기업 미술관들의 선택이 흥미롭다. 막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정통미술관’을 지향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블록버스터급 기획전시나 대관전으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대기업 미술관들의 선택이 흥미롭다. 막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정통미술관’을 지향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블록버스터급 기획전시나 대관전으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사진은 롯데문화재단이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개관한 롯데뮤지엄 내부 시뮬레이션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대림미술관 전경, 정통미술관을 지향하는 삼성 미술관 리움. [제공=롯데뮤지엄·대림미술관·리움] |
▶컬렉션 중점둔 정통미술관=정통미술관을 지향하는 가장 대표적 미술관은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지난해 3월 홍라희 관장의 전격 사퇴 이후 개점 휴업 상태지만, 리움 컬렉션은 다른 미술관의 크고 작은 전시에서 종종 선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엔 김홍도의 ‘소나무 아래 호랑이’가 26일부터 열리는 국립박물관의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 특별전에 나오기도 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파워는 단연 ‘컬렉션’에서 나온다. 미술계에선 홍라희 전 관장의 연간 미술품 구매 국내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기획전으로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11년 이우환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단색화전 지원 등은 리움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젊은 유망 작가를 발굴하는 ‘아트스펙트럼’과 ‘파리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올 상반기 중엔 리움에 비견할만한 미술관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다. 아직 정식 명칭도 확정되지 않은 이 미술관은 개관 전부터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컬렉션 규모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는 ‘세계 200대 콜렉터’ 명단에 서회장을 2년 연속 포함시켰다. 아트뉴스는 당시 “단순한 화장품 사업을 넘어 한국의 미와 문화를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에 매년 20만달러를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아모레퍼시픽측은 미술관 규모와 전시방향, 컬렉션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대형 미술관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기획ㆍ대관전 중심 문화마케팅=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미술관도 있다. 컬렉션보다는 블록버스터급 기획전시나 대관전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표적 미술관으로는 대림미술관이 있다. 사진을 주로 전시했던 대림미술관은 지난 2015년 한남동에 분관격인 ‘디(D)뮤지엄’을 오픈하면서 그 세를 확장했다. 특히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각종 파티를 선보이며 젊은이들 사이 ‘힙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인스타그램과 해시태그에 익숙한 이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대림의 전시는 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로 꼽힌다.
최근 오픈한 롯데뮤지엄도 대림과 같은 맥락에 있다. 롯데문화재단 측은 롯데뮤지엄을 세계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소장품 위주가 아닌 연 3~4차례 기획전을 통해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를 조망하는 한편 젊은 한국의 신진작가들도 소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롯데뮤지엄 대표는 “롯데뮤지엄은 사람들이 입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몰에 입점해있다. 예술이 우리 삶에서 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일본의 모리미술관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이들 두 미술관의 공통점은 미술관내에서 마케팅팀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롯데뮤지엄과 대림 모두 학예사와 마케팅 담당자의 인력수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 담당이 전무하다시피 하는 정통 미술관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젊은 작가 지원 ‘메세나’형=이들과는 아예 다른 선택을 하는 미술관도 있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며 미술관의 성장도 도모하는 케이스다. (주)삼탄 산하의 송은문화재단은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과 전시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의 작품을 직접 컬렉션하기도 한다. 송은문화재단은 지난해 7월 한시적으로 ‘송은 수장고’도 오픈했다. 삼탄 본사가 들어설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 임시로 오픈한 공간이다. 이곳에선 역대 ‘송은미술상’ 수상자들과 ‘송은아트큐브’에서 선보였던 신진작가들, ‘송은아트스페이스’의 개인전 초대작가들의 작품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송은재단에서 컬렉션한 작품이다. 작가에게 최고 지원은 그들의 작품을 사는 것이란 말이 있듯, 작가를 지원하며 미술관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송은의 움직임은 한국현대미술계에서 또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