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숙의토론 엔딩테이블에 참여한 시민들(사진=행정안전부) |
세계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역시 실패에서 배움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자신의 성공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는 9000개의 슛을 실패했고, 300회 이상의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그 때마다 왜 슛이 실패했는지, 패배한 경기는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를 분석하고 다음 번에는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도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실패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것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실패를 입에 담는 것은 금기시가 되는 분위기였죠. 그러다보니 수많은 실패들, 다시말하면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경험들은 묻히기 일쑤입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 실패 토론의 장’이 열립니다. 바로 오는 9월 14일부터 3일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018 실패박람회가 무대죠.
국민숙의토론이 열리게 될 2018 실패박람회 조감도 |
박람회 내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국민숙의토론’입니다.
말 그대로 국민들이 직접 실패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토론과 공유의 무대인데요. 이를 위해 앞서 지난 8월 서울, 부산 등 전국 11개 권역에서 총 153개의 오픈테이블이 진행됐습니다.
지역별, 개인별로 저마다 관심있거나 경험했던 실패의 이야기들이 그야말로 ‘오픈’된 자리에서 어떠한 제약도 없이 공유됐는데요. 가령 취업 준비생의 경우는 취업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의 이야기를, 내 집 마련에 관심있는 이들은 주거 문제를, 한창 육아에 힘을 쓰고 있는 이들은 육아 과정에서의 실패와 경험 등을 주제로 가감없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특히 지역별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식들이 다양하게 화두에 올랐는데요. 예를 들어 전북 지역에서 ‘목표는 서울대예요’라는 주제가 논의됐습니다. 지역의 인재들이 모두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길 희망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지역에 남지 못하는 이유,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가 비현실적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결과물들이 나왔습니다.
국민숙의토론 엔딩테이블에 참여한 시민들(사진=행정안전부) |
제주의 경우는 이주민들의 정착에 관한 실패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최근 제주에서 살아보기가 일종의 트렌드가 되면서 많은 이주민들이 제주로 향하지만, 삶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필수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이주 실패의 이야기들, 그리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마련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죠. 이외에도 연애에 대한 실패, 친구 관계에서의 실패 등 주제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실패 이야기들이 공유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실패의 이야기들은 다시 지역별 ‘엔딩테이블’을 통해 주제별, 중요도에 따라 정리가 됐습니다. 약 1000여명의 국민들이 참여했고, 선정된 주요 실패 의제 50건은 15일(토) 오후 1시반부터 광화문 광장 실패박람회 메인 무대에서 공유됩니다.
이 무대에서는 100명의 토론단이 함께 발의된 의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국민 발의의 형식을 거치게 되는데요. 오픈, 엔딩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들이라하더라도 참가 신청을 통해 국민 발의안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단순히 공유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과보고서로 제작해 이후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국민들이 실패에 대해 숙의한 결과물들에 대해 정부가 지속성을 가지고 실제 정책에 반영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박노원 행정안전부 시민해결팀 과장은 “지난 여름부터 진행된 ‘국민숙의토론’은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모으는 집단지성과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라며 “전국 11개 지역의 국민들이 참여해 실패의 문제를 논의하고, 다시 광화문에 모여 핵심 의제를 도출하고,이렇게 합의된 내용을 정부와 공유하는 국민숙의토론을 주목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회는 혁신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혁신은 갑자기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무수한 도전과 실패의 반복 속에서 그 모습을 겨우 허락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패해도 실수를 해도 질책이 아닌, 괜찮다고 격려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문화, 또 이를 넘어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국민숙의토론 엔딩테이블에 참여한 시민들(사진=행정안전부) |
그리고 이 가치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이런 문화가 갖춰진다면 혁신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처럼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회적 공유의 자리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