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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비즈] 실업급여 개선, 종합적·균형적 접근 필요
뉴스종합| 2023-07-19 11:37

실업급여 개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그만큼 실업급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정당과 진영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업급여는 실직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실업자의 재취업을 촉진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실직자생활 안정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실업급여를 좀 더 관대하게 하자고 주장한다. 반면에 실업급여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실업급여의 수급요건, 지급기간, 지급 수준 등을 지금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고용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업급여 수급요건과 지급기간, 지급 수준 등이 제도 시행 이후 많이 관대화됐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관대한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OECD가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법률적으로는 엄격한 편이지만 실제 운영은 관대한 편에 속한다고 지적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수급자격자가 재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적합한 취업 알선이나 직업훈련을 거부하면 실업급여 지급을 2~4주 동안 정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실업급여 신청자의 99.9%가 실업급여를 받고 있고, 적합한 취업 알선이나 직업훈련 지시 등을 거부해 실업급여 지급을 정지당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일선 직업안정기관에서 실업급여 신청자에 대한 구직활동 노력에 대한 검증과 취업 지원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대한 실업급여의 부작용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1990년대 이래 실업급여요건과 지급 수준 및 지급기간을 엄격하게 하고, 실업급여 신청자의 적극적인 구직 노력 의무를 강화하며, 고용 서비스 혁신을 통해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취업 지원을 강화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 시행 이래 실업급여를 점차 관대하게 해오면서 실업급여 수급자격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 결과, 실업급여 수급자가 실업급여의 소정 급여일 수를 다 소진하지 않고 재취업한 사람의 비율이 2008년의 38.8%에서 2019년 25.8%, 2022년 28.0%로 하락했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거의 고갈 상태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관대한 실업급여와 실업부조제도가 초래한 이른바 ‘복지병’의 징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실업급여의 개혁이 불가피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업급여 개혁은 제도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단편적인 사항에 매몰돼 정치적·이념적 논쟁만 해선 합리적 해법을 도출해낼 수 없다. 실업급여의 개선은 실업자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하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키워나가기 위한 균형적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 초저출산, 초고령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실업급여 수급자와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평생직업능력개발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한 노동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각에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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