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쌍용2차·문정동 열기 식어
과열경쟁 정부 감시강화 예상
건설사들 입찰 참여 몸사려
과열 양상까지 보였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이 실종됐다. 감시의 눈초리가 강화되자 급격히 열기가 식은 모습이다.
14일 열린 대치쌍용2차 재건축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 현대건설 등 11개사가 참여했다. 숫자만 보면 치열해 보이지만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대치쌍용2차 재건축은 지상 35층 규모의 6개동 56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800억원 수준이다.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대치쌍용1차, 대치우성 등 대치동에 줄지어 예정된 재건축 사업의 시발점이다.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유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당초 해당 사업에 적극적인 곳으로 꼽혀온 모 건설사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에 수주 깃발을 꽂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짓더라도 사업성이 확실하고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1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사업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입찰에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응찰하면서 경쟁 구도는 갖춰졌지만 의욕을 보여온 GS건설과 줄곧 강남권 첫 진출을 노려온 호반건설이 빠지면서 김이 샜다.
최대 격전지였던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에 이어 ‘반포대전 2라운드’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업장 역시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현대산업개발 몫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어수선한 탓에 롯데건설은 소극적이다. GS건설은 내부적으로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오는 18일 시공사 선정을 하는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공을 들이는 것을 끝으로 올해 정비사업을 마무리지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의 전략변화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점검과 경찰 수사 등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공정경쟁이 부각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건설사들이 굳이 큰 모험할 이유도 사라졌다.
다만 조합과 수주전에 참여하는 건설사들 모두 식을 열기가 달갑지는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으로 수주를 해야 경쟁력을 입증하고 위상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강남권 조합 관계자는 “앞서 미성크로바나 한신4지구 등은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이 사업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조합이 건설사에 끌려다닐 판”이라고 토로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