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어록’으로 본 김기덕 감독
▶“삶에서 중요한 것이라면 의식주, 그리고 섹스”(2003.9)=김 감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개봉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섹스만큼 인간을 싸우게 하고 치열하게 긍정하고 부정하게 하는 강렬한 ‘트러블’은 없다”며 “난 흔히 남성을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내 영화 속 남성은 가난하고 불쌍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범죄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진폭이 없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구조가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근원적으로는 성기의 구조, 찌름과 받아들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피에타’는 ‘구원’에 대한 질문에까지 이른 김 감독 영화의 진화와 확장, 그 현재적 절정을 이루지만 한편으로는 섹스와 폭력, 악하지만 가난하고 불쌍한 남자라는 일관된 모티브를 보여준다.
▶“내 영화의 지향은 아름다운 경쟁의 거대한 수평사회” “구원은 죽어서 가는 세계나 살아서 꿈꾸는 환상이 아니라 믿음, 용서, 이해가 바탕이 되는 현대사회”(2012.9)=9년여의 세월은 김기덕의 화법과 영화언어도 ‘날것’에서 상징과 비유, 추상과 논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저와 문재인은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관계”(2012.9)=김 감독은 베니스 출ㆍ귀국 기자회견과 수상 소감을 담은 대언론 편지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문재인과 무슨 관계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담 섞어 답한 말이다.
▶“좌석 점유율 낮아도 상영관 빼지 않는 게 진짜 ‘도둑들’”(2012.9), “한국 영화는 도박판”(2011.6), “오늘이 내 제사 같은 느낌”(2006.8)=대기업 계열 영화사가 독점한 한국 영화계에 던진 쓴소리와 한국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괴감의 표현.
이 밖에도 김 감독은 “1년간 입을 의상 150만원, 대기업 회장 부인들은 이것보다 더 비싼 거 입고 먹지 않겠냐?”(귀국 기자회견), “악역 잘한다는 거,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것”등의 말도 남겼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