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은 연극, 뮤지컬, 독립영화까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재능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캐릭터이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탁원한 능력과 집중도는 ‘대립군’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된다. 그렇게 보면 김무열은 과소평가된 배우임을 알 수 있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무열은 대립군중에서 활쏘기에 능하고, 가장 직선적인 인물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활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세를 익히고, 스티로폼으로 과녁을 만들어 달리면서 쏘는 연습을 했다. 활 빨리 쏘는 동영상을 보고 이를 연습했다”고 전했다. 만약 곡수가 실존인물이었다면 그의 16대 손녀 딸은 양궁에서 금메달을 받았을 것이다.
김무열은 전쟁에 도가 튼 야망이 가득찬 인물을 잘 그려냈다. 전쟁 한가운데서 행렬에 합류해야 하는 상황이 못마땅해 불평의 말을 짧게 끊어 던지는데, 그 말들의 의미가 쏙쏙 들어온다. 광해가 타던 가마를 토우(이정재)가 던지는 장면에서는 “진작 그러지”라고 내뱉는 한마디는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어떤 배역을 맡건,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곡수가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을 많이 했다. 곡수가 틱틱거리고 불만을 얘기하는데, 대한민국 흑수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캐릭터였다.”
사이다 흙수저를 맡은 김무열에게 “진정한 리더란?”이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곡수’를 통해 느끼는 것은 리더를 대하는 자세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리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무열은 이번 작품에서 외형까지 완벽 변신했다. 수염을 처음 달았더니 김무열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를 못알아보는 게 배우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작품속의 온전한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었다.”
‘대립군‘은 로드무비이긴 한데, 평탄한 로드가 아니라 산악로드무비다.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자연히 추억과 에피소드도 많았다.
“한국 자연 홍보영화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분장하고 산에 올라가면 해가 뜬다. 시간 제약이 많아 아침부터 급하게 찍어야 했다. 자연광을 중시하는데, 노을이 지는 시간이 길어야 1~2시간이어서 100여명 배우와 스템들과 빨리 찍어야 했다.”
김무열은 촬영이 끝나고 좋은 풍경속에서 쭉 들이키는 막거리 한사발은 평생 맛보기 힘든 추억이 됐다.
“산속이라 밥차가 못왔다. 덕분에 강제 다이어트가 됐다. 밥차는 못올라오지만 스탭분들이 칼과 활, 의상을 봇짐에 지고 1시간을 올라오셨다.”
김무열은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와 이정재와 촬영이 끝나면 삼형제처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위로 하고 뒷담화도 했다. “누구 한 사람 튀는 성격 없고, 모두 다 진지했다. 고생을 하다보니 할 얘기도 많아지더라.”
김무열은 과거 ‘별순금’에 출연했다. 사극이 고생스럽지만, 잊혀질만 하면 사극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대립군’을 통해 과거를 보면서 미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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