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밀린 법안 처리에 나섰다. 파행을 거듭하던 2월 임시국회가 회기의 절반 가량을 허송하고서야 가까스로 정상화된 것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에서 전격 합의한 결과다. 이제라도 국회가 제 기능을 하게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이달 임시국회 회기 마감일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산적한 민생법안 등이 졸속 처리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나마 국회가 정상화된 것도 설 민심에 떠밀려서다. 여야 정치권은 설 연휴 기간중 싸늘하다 못해 얼어붙은 민심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실제 경제, 특히 서민 경제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집값은 요동치고, 청년들 일자리는 여전히 태부족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가족과 친지가 모이는 설 밥상을 기피할 정도라니 오죽할까 싶다. 최저임금 후유증은 되레 영세상공인과 취업취약계층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이처럼 더 팍팍해지는데도 국회는 한가한 ‘정쟁 놀음’이나 하고 있으니 민심이 사나울대로 사나워진 것이다. 여야가 부랴부랴 정상화에 나선 건 준엄한 민심의 명령인 셈이다.
파행과 정상화를 밥 먹듯 반복하는 국회를 지켜보기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번 파행과 정상화 과정도 늘 보던 익숙한 장면들이다. 민생과 아무 상관없는 사안으로 정쟁을 벌이다 한쪽이 법안심사를 보이콧 하며 파행이 시작된다. 그러다 여론에 밀려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정상화 합의를 하고 서로 손잡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 한 마디를 던지고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번 경우도 똑 같은 장면이 반복된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한 달만에 30만명 가까이 동참했다고 한다. 일은 하지 않고 세비와 수당만 꼬박꼬박 챙기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이 얼마나 뿔이 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국회가 국익을 챙기며 성실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민생과 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게 그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률을 기대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미국의 통상 파고가 높아지며 수출 전선에도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금리와 유가, 원화가치의 신 3고(高)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더 절실한 게 초당적 협력이다. 누구보다 국회의원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