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무어, 20년전 성차별 발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이사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의 허먼 케인(74)이 과거 성추문으로 낙마한데 이어 보수성향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59)도 과거 여성 차별 발언이 문제되면서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한 스티븐 무어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무어는 지난 2000년을 전후로 보수 성향의 잡지인 내셔널 리뷰에 여러편의 칼럼을 실었으며, 이들 중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일례로 그는 농구의 여성화를 비난하는 칼럼을 통해 “외모가 안 되는 여성은 남자 농구 게임에서 심판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나는 여자 농구를 싫어한다. 여자는 자신들 게임에 침팬지 수준의 심판을 기용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무어는 또다른 칼럼에서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보다) 낮은 수준의 일을 하면서도 동등한 보수를 원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비너스 윌리엄스가 백만장자가 된 것도 똑같은 스킬의 남자 선수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라며, 남자 경기는 여자 경기보다 더 많은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어의 이 같은 칼럼 내용은 CNN방송의 보도로 다시금 조명받게 되었으며, 여성 권리 옹호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전미여성기구의 토니 반 펠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파트너를 정하듯이 미국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자신의 성차별, 여성혐오, 분노를 비슷하게 포용하는 아첨꾼과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감싸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칭찬하고 비굴하게 충성을 맹세하고, 여성에 대한 태도가 비슷하다면 적합성을 따지지 않고 지명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칼럼 내용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무어는 “농담”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이며, 지금은 그런 내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무어는 케인과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 안정에 위험이 된다”며, “케인이 지명철회했듯이 무어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도록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어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무어와 함께 연준 이사 지명 후보로 거론되던 케인은 1990년대 여직원 성추행 의혹과 일부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반대 의사로 스스로 물러났다.
이들은 총 7명의 연준 이사 가운데 2명의 공석을 채울 후보로 연준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도제 기자/pdj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