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부문 금융부채 949조원 한은 ‘개인 금융부채’를 ‘가계의 금융부채’로 표기 용어 사용 자체도 아리송 혼란 가중·개념정리 시급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밝힌 ‘1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1분기 말 현재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11조7000억원 늘어난 949조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은 가계 외에 소규모 개인기업과 소비자 단체, 자선ㆍ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가 포함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의 상위 개념이 개인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소규모 개인사업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거래 신용, 즉 외상 깔아놓은 금액(약 51조원)과 기타 금융부채(약 6조원)를 합치면 ‘개인부채’는 1006조원에 달한다.
‘개인’이 아닌 ‘가계부채’는 1분기말 현재 801조4000억원이다. 이 수치는 금융기관 가계대출(752조3000억원)에다 신용카드사나 할부대출 등 판매신용액(49조1000억원)을 더한 값이다. 보통 가계신용을 기준으로 가계빚을 얘기할 때 이 수치를 많이 쓴다.
한 나라의 가계부채 위험을 얘기할 때 많이 쓰는 통계는 ‘개인 금융부채’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이 얼마냐를 놓고 따진다.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146%(2010년말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는 떨어지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를 쓸 때 한은은 ‘개인 금융부채’라고 하지 않고 ‘가계의 금융부채’라고 쓴다. 한은도 개인과 가계의 개념을 혼용해서 쓰다보니 국민들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가계부채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선진국 중 가계와 개인의 금융부채를 분리해서 작성하는 나라는 일본 정도 밖에 없다. 그만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이 공동으로 ‘가계금융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자료 역시 일부 가구를 샘플링해서 얻은 것이다. 가계빚 통계를 정확히 작성하려면 근로소득자 뿐 아니라 개인 사업자들의 소득자료를 갖고 있는 국세청과 공조해야 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상식 선에서 인정할 수 있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를 “가계신용과 개인 금융부채의 중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