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를 기획 연출한 KBS 전진학 PD는 “서양에서는 미션 서바이벌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능의 양대산맥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상하게 오디션은 잘되는데 미션 서바이벌은 낯설다”면서 “미션 서바이벌은 사람의 마음을 끄집어낸다는 특징과 이기심 탐욕 등 인간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는 불편한 모습도 있는 등 장점과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PD는 “공영방송이다 보니 서양의 미션 서바이벌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힘들어 지덕체를 겸비한 바람직한 인재상, 즉 글로벌 리더를 뽑는 과정으로 변용했다”면서 “참가자들끼리 자체 대결로만 가면 이전투구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심사위원을 둬 중심을 잡아주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 PD는 “휴먼 서바이벌이라는 제목으로 인해 휴머니즘, 훈훈한 인간애를 기대하신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모습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 불편해도 인간적인 면을 탐구하자는 뜻이 더 강했다”면서 “그런 양 면들을 피날레에서 어느 정도 증명한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전 PD는 “남이 떨어져야 내가 살지만, 동료애가 발휘되고 자신이 떨어질줄 알면서도 소신을 지킨다든가 하는 모습은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다”면서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는 대단하지 않지만, 수많은 오락물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도전자’에 응원을 보낸 것은 이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3인에 여성이 2명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체력으로만 대결하는 운동회가 아니라 소셜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
전 PD는 “‘도전자’가 어떤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에 시즌2는 교양적인 느낌을 조금 탈색시키고 좀 더 강하게 해도 될 것 같다”면서 “이제 지덕체라는 추상적이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컨셉 보다는 사람들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겠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관계를 정립하고 타개해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싶다”고 시즌2 구상을 밝혔다.
시즌1은 참가자의 비주얼에도 비중을 두었지만 시즌2에서는 배나온 사람 등 더욱 일반인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뽑는 등 다양한 직업, 다양한 배경과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대거 출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장소도 하와이보다는 더욱 원시적인, 그래서 참가자들끼리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계획이다. 전진학 PD는 ‘출발드림팀1,2’와 ‘1대 100’을 연출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