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정은 ‘미소’ 뿐만 아니다. 한류 상품의 주 소비층이던 일본인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공연장에 발길을 끊으면서, 공연계 전반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엔저 현상, 일본 정치인의 잇따른 과거사 망언으로 인한 외교 경색, 북한발(發) 한반도 안보 위협까지 악재가 겹쳤다. 전례없는 삼중고(三重苦)다. 여름철 성수기가 실종될 판이다.
22일 PMC프러덕션에 따르면 한류 공연의 원조인 ‘난타’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일본 관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감소했다. 이 공연의 일본인 비중은 전체 관객의 30%를 넘는다. 이 회사 김혜련 일본마케팅 담당은 “예년 이 맘때라면 가을 공연 예매까지 들어와야하는데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오는 7월 공연 10주년을 맞는 ‘점프’는 같은 기간 일본 관객이 40% 급감했다. 객석에석 일본인 비중은 25% 가량이다. ‘점프’ 제작사 예감의 정유종 일본담당 매니저는 “일본이 엔저 정책 쓸 때는 ‘올 상반기에는 어렵겠다’ 싶었는데, 북한문제까지 터져버렸다. 여행도 유행이란 게 있는데 일본에 가보니 한국상품 판촉물은 구석으로 밀려나 있더라”고 걱정했다.
또다른 넌버벌퍼포먼스인 ‘비밥’에는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중국 관객이 20% 가량 줄었다. 제작사는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계속되면서 외국인이 발길을 딴 곳으로 돌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뮤지컬과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에도 일본 관객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어와 영어 예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일본어 예매가 전년동기 대비 15% 줄었다.
세계 각지에서 한류팬을 몰고 다니는 K-팝(Pop) 분야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더 쌀쌀했다. 황두현 SM C&C부장은 “국내 K-팝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 반토막으로 매출이 줄었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엔저 외에도 북한과의 갈등으로 인한 불안을 일본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일본인들의 달러화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어서, 한국으로 K-팝 공연을 보러 떠나는 대신 미국 등지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해외 아티스트가 한반도 안보 불안을 이유로 내한공연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외국 헤비메탈 밴드 테프톤스, 가스펠 가수 이스라엘 휴튼 등은 지난달 방한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바그너 증손녀인 바그너 파스키에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총감독은 지난달 내한 강연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를 무산시켰다. 초청 측은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라지만 전쟁 불안감 때문 아니겠냐”며 정치외교 불안을 탓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엔저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월별 방한 일본인 수는 전년동월 대비 15~30% 가량 감소했다. 특히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23.6% 감소했다. 최대 성수기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 방한 일본인은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공사는 이런 추세라면 연간 방문객도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숙ㆍ박동미ㆍ정진영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