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고향이자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당의 승리다. 이미 자신과 가까운 50여명에게 공천장을 쥐어준 김 대표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끌면 대권 가도는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앞서 지난 4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당 지지율 역시 37.1%로 지난주보다 1.2%포인트 하락,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한 몸 안전하게 의지할 배 한 척(지역구)이 아니라 길고 긴 항해에 앞서 바닷길(총선 승리)을 평탄하게 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난 3일과 4일 부산ㆍ영남지역 유세를 벌이며 “이제 더 큰 정치를 해야되지 않겠냐”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의 고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으로, 이 지역(중구성동구갑)에서는 김동성 후보가 뛰고 있다. 5일 발표된 YTN-마크로밀엠브레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똑같이 36.2%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은 고향색이 옅다는 점에서 ‘정치1번지’ 종로에서 승리를 한다면 오 후보의 앞날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 사상을 거머쥐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대신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배재정 의원을 수성의 선봉에 내세웠다. ‘문재인 키즈’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 의원은 문 전 대표 및 당의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무소속 장제원 후보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배 후보가 예비후보 시절 이 지역을 찾은 문 전 대표는 5일 배 후보를 다시 찾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단일화가 진통을 겪으면서 ‘경합열세’로 분류된 것 역시 문 전 대표에게 넘어야할 산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결과에 가장 많은 것을 걸었다.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지역구에서 승리해야 정치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며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성공한다면 야권 분열의 잡음을 딛고 대선 주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보일 수 있다. 안 대표의 고향은 부산이지만 지난 4.24 보궐 선거 당시 김무성 대표와 대결을 피해 고향이 아닌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면서 지역기반은 다지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영남지역에 후보를 낸 17곳 모두를 열세로 분류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고향인 충청지역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 위상이 부각될 수 있다. 충청권이 20년 만에 ‘대표당’ 없이 선거를 치르는 만큼 반 총장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표심으로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반 총장에 대한 여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충청도 표심이 새누리당으로 향한다면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의 주자와 맞대결할 수 있는 파괴력 있는 대권주자의 입지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총선과는 거리가 있다. 박 시장은 이번 총선에 2명의 측근만이 본선에 나섰다.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원내 디딤판 확보가 관건이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은 박 시장에 별다른 지역기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지역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52.7%, 더불어민주당 10.0%, 국민의당 5.8%, 정의당 2.9%였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25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휴대전화 61%, 유선전화 39% 방식으로 조사됐다.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오차다.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는 지난 2~4일 지역구 거주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5명(응답률 18.4%)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유선 RDD 방식 70.3%와 무선 엠브레인 패널 전화면접 조사 29.7%로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이다. 미디어리서치 조사는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지역구의 19세 이상 성인 515명을 대상으로, 최대 허용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3%포인트, 응답률은 10.0%였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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