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 무산 직후 몇몇 기자들에게 “(자신에게도) 비대위원 섭외가 왔으나 거절했다”며 “(오늘 사태를 보니) 거절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4ㆍ13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패배한 바 있다.
이 전 비대위원의 이 같은 ‘속내’는 새누리당의 어두운 ‘미래 진단’과 연관이 깊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비대위원 내정자들은 한결같이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졌다”며 탄식했다. 당시 장내는 “이제 새누리당은 망했다”는 탄식과 “이러니까 선거에 패하지!”라는 고성이 난무했다. 18개월 뒤로 다가온 대선조차 장담할 수 없는 ‘수렁’으로 당이 빠져든 셈이다.
특히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선임과 비대위원 임명, 혁신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전국위가 무산된 배경에 친박(親박근혜)계의 반발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분란이 봉합될 가능성도 적다. 앞서 지난 16일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여 명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비대위 및 혁신위원장 인선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며 이날 전국위 파행을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과거 새누리당의 혁신을 주도했던 ‘전 비대위원’의 조소까지 겹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분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편 이날 회의 무산에 따라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국민과 당원께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 지난 이틀간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었지만,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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