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도변화가 잦은 장마, 심장ㆍ혈관에 무리
- 당뇨, 탈수ㆍ면역력 부족으로 합병증 위험↑
-“충분한 수분 섭취ㆍ운동 통해 건강 지켜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평소 당뇨를 앓고 있는 손모(62) 씨는 최근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낭패를 겪을 뻔 했다. 장마로 비가 심하게 내렸던 이달 초,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차 안에서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땀이 나면서 손이 떨리는 증상을 겪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땀을 많이 흘린 나머지 저혈당이 온 것이다. 다행히 손 씨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던 데다, 평소 갖고 있던 사탕과 음료수를 먹으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게릴라성 장마’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말인 22~23일에도 중부지방에 늦은 장맛비가 예보됐다. 이처럼 폭염, 장마가 이어지는 때에는 잦은 날씨 변화와 높은 기온, 습도 등으로 인체 항상성이 무너지면서 건강에 여러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손 씨처럼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장마철에는 기온ㆍ습도 변화가 심해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이 있는 만성 질환자는 주의가 요망된다. 이달 초순 시민들이 장맛비가 오는 서울 시내의 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
심혈관 질환자는 장마철에 따른 잦은 기온 변화로 혈관, 심장에 무리가 오면서 위험도가 높아진다. 당뇨 환자도 더운 날씨로 탈수 현상, 외부 활동 제한으로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세균성 감염병 발병이 쉬운 계절 특성 상 합병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백혜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내분비내과장은 “습도, 기온이 함께 높아지는 장마철에는 신체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내분비ㆍ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기 쉽다“며 ”만성질환자는 고온다습한 장마철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온도 변화 잦은 장마철, 심장ㆍ혈관에 ‘스트레스’=심혈관 질환은 대개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고혈압 가능성이 높아져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결코 낮지 않다. 일례로 사망 원인 1위 질환인 뇌졸중을 들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뇌졸중 환자는 12월(19만7792명)에 이어 무더운 7월(19만6087명) 환자가 2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7월 환자가 20만2653명으로, 월별 기준 같은 해 가장 많은 뇌졸중 환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7~8월 환자가 각각 20만명가량을 기록했다.
이렇게 여름에 심혈관 질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계절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특히 기온, 습도가 높은 장마철은 체온 조절을 위해 많은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혈액 밀도가 높아져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마철 심한 온도 변화도 심혈관에 무리를 주게 된다. 백 과장은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30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질 경우 혈압을 확장해 혈압을 약간 떨어뜨리면서 더위로부터 몸을 방어한다”며 “그런데 갑자기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데 이때 기온으로 인해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심혈관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 탈수ㆍ면역력 부족으로 합병증 위험↑=장마철 유의해야 할 또 다른 만성질환은 당뇨다. 장마철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동시에 잦은 비로 운동 등 외부 활동이 소홀해지기 쉽다. 또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세균성 합병증에도 취약해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마철 당뇨에 가장 큰 적(敵)은 탈수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시적 고혈당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고삼투압 고혈당 증후군 등 급성 당뇨 합병증으로 혼수상태까지 유발될 수 있다.
백 과장은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세균 감염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데, 면역력이 낮은 당뇨 환자들은 외상으로 인한 상처 치유가 더뎌지는 등 감염성 질환에도 취약하다”면서 “특히 상처 입기 쉬운 발 부위는 세균 번식이 용이해 방치하면 자칫 당뇨 합병증인 당뇨발이 악화돼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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