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사실상 ‘톱2’ 구축
중국참여 차단도 큰 소득으로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이 사실상 승리를 굳히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쟁력을 보완, 사실상 반도체시장에서 독주 중인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반도체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부상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 전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코리아’의 구도가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통해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반도체 굴기’를 주창하며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 중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다.
21일 일본 현지 언론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의 낸드사업부 매각 대상자로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이 사실상 낙점됐다.
지난 6월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고도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난항을 겪던 인수전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강력히 추진하던 SK하이닉스는 큰 힘을 얻게 됐다.
실제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26.8%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45.1%)에 이어 독보적인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71.9%에 달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확연한 양강구도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경우가 다르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10.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38.3%), 도시바(16.1%), 미국 웨스턴디지털(15.8%)ㆍ마이크론(11.6%)에 이어 5위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독주 구도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2위 지위를 확보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컨소시엄의 한 축을 SK하이닉스가 차지함으로서 향후 도시바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 내에서 유일한 반도체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치열한 인수전을 벌였던 중국 훙하이와 WD연합을 밀어내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이 가져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바메모리가 WD연합으로 넘어가게 되면 WD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 삼성전자와 맞먹는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또 애플의 거점 생산업체로 유명한 훙하이그룹(폭스콘)은 시장의 평가보다 수조원이나 많은 30조원을 베팅하며 중국의 ‘반도체굴기’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의 집요한 인수 의지와 기술유출과 국민정서를 우려한 일본의 의지 등이 맞물리며 중국의 견제에 성공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인수전 참여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강화하는 데도 주효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중국의 인수전 참여를 막는 데 방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