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찬바람 불면 ‘긁적긁적’…생활습관부터 고쳐라
라이프| 2018-10-30 11:19
중증 건선환자, 심혈관계 질환·암·당뇨 발생위험
규칙적 운동·금주·금연하고 과도한 목욕 자제를


지난해 가을부터 회사원 우모(33) 씨의 팔뚝에는 하나둘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했다. 하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증상이 심해지더니 반점은 이내 온 팔을 뒤덮었다.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껴 병원을 찾았고, 결국 건선이라고 진단받았다. 그는 “올해에도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증상이 심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매년 10월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IFPA)이 제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다.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이날에는 건선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계 건선 환자 약 1억2000여 만명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세계 각국에서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국내 건선 유병률은 1% 이하로 추정되지만, 건선 환자 발생률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건선은 만성적ㆍ복합적이며,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면역 매개성 질환이다. 날씨의 영향으로 피부가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체계적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를 지속적으로 병행하면 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건선 환자, 가을과 겨울에 더 고통=이민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흰 각질로 덮인 붉은 구진(丘疹ㆍ피부에 나타나는 작은 발진)이 피부 곳곳에 발생하는 만성 재발성 피부 질환”이라며 “흰 각질의 구진이나 판의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형태가 전체 건선 환자의 80~9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 물방울 모양 건선,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발생하는 건선, 작은 농포가 생기는 농포성 건선, 피부 전체가 붉어지고 미세한 각질이 일어나는 박탈성 건선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며 “각각의 건선 형태와 비슷한 다른 피부병이 많다.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고 공기가 건조해져 각종 피부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건선도 이 같은 영향을 받는다.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요즘처럼 환절기에 온도 차가 크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등 감염 질환에 많이 걸려 피부 질환까지 악화될 수 있다”며 “면역력이 저하되면 기존의 만성 피부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 건선 등이 그 예”라고 했다.

김경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피부과 교수도 “건조한 가을과 겨울은 건선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계절”이라며 “건선 관리가 어려운 겨울일수록 경증 건선 혹은 그보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중등도 이상 건선 등 환자 스스로 가진 건선 형태에 따라 지속적ㆍ전문적 치료를 지속해야 건선의 호전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건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과 면역학적 이상이 복합되며 나타나는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이 교수는 “면역학적 이상이라고 설명하면 흔히 면역력이 저하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건선은 면역 반응의 불균형으로 인한 질환”이라며 “예를 들어 건선 병변의 각질에는 항균 펩타이드가 정상인보다 많아 피부 감염이 오히려 적게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건선 환자는 국내 전체 환자의 10~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선영 인제대 서울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부모가 모두 건선 환자인 경우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이 41%, 부모 중 한 명만 환자인 경우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은 14%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손발톱의 심한 변형도 건선=건선은 피부에만 국한돼 생기지 않는다. 손발톱의 심한 변형도 건선의 한 종류다. 무좀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후에 치료해야 한다. 건선 환자의 10%가량에서는 건선성 관절염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치하면 관절의 영구적 변형이 올 수 있다. 따라서 관절 부위에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건선 환자는 증상 때문에 사회적ㆍ심리적으로 위축될 때가 많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는 건선 환자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중증 건선 환자에게서 심혈관계 질환, 다양한 종류의 암,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소적 건선은 바르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약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것을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외선 B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라며 “매주 1~3회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어 임신 중에도 사용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증상이 심하고 기존의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환자를 위해 다양한 생물학적 주사 치료제가 개발됐다. 이들치료제는 꾸준히 투여받으면 효과가 매우 좋다. 실제로 환자 중 50~60%에서 건선이 대부분 소실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은 약제가 매우 고가이고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건선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피부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 건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의 정도도 건선의 중증도와 비례하고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건선 환자는 음주를 줄이고 금연해야 한다.

이 교수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건선 치료의 반응이 저하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비만은 대체로 건선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식습관을 조절하고 규칙적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증상 개선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부 건조는 건선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건선 자체는 물론 낮은 습도라는 가을과 겨울의 특징도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요인이다. 과도한 목욕이나 잦은 사우나도 피부의 수분과 피지막을 제거시킨다. 목욕, 사우나도 피부를 더욱 건조해지게 해 건선을 악화시킨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건선 환자의 30~70%는 스트레스와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건선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는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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