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HLB그룹 회장. 유튜브 화면 갈무리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하루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5600억원을 날렸다. 벌기도 어렵지만 잃기도 어려운 규모다. 심지어 단 하루 만에 잃은 금액.
항암 신약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했던 HLB. 결국 실패하면서 진양곤 HLB그룹 회장의 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바이오 기업 HLB는 17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 신약 허가 신청에 대해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허가가 불발된 셈이다.
진 회장은 이 날 유튜브에 직접 나와 “FDA에서 보내온 문서를 보면 리보세라닙은 문제가 없으나,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항서제약 측 답변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FDA 실사 과정에서 항서제약이 지적을 받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항서제약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 소식에 HLB의 주가는 급락 중이다. 어제(16일)만 해도 리보세라닙의 미 FDA 허가 기대감에 주가는 9만5000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오늘 허가 불발 소식에 HLB 주가는 6만7000원대로 어제보다 30% 가량 떨어졌다.
HLB 그룹 주가도 동반 하락 중이다. HLB글로벌,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등 계열사 주가도 어제보다 30%가량 빠졌다.
이에 진양곤 HLB그룹 회장의 자산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진 회장은 HLB 지분 7.26%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HLB글로벌(6.38%), HLB제약(2.48%), HLB테라퓨틱스(0.24%)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그룹 최대주주다.
지난 3월 HLB 주주총회에 등장한 플래카드.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올 해 초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3월 열린 HLB주주총회에는 “미 FDA 허가 임박, 우리 고니(진양곤 회장)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응원 플래카드가 등장하며 허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이런 기대감에 주가는 상승했고 최대주주인 진 회장 자산규모는 953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재계순위 2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 하루 만에 자산 가치가 38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566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진 회장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에 직접 나와 리보세라닙의 문제가 아닌 파트너사인 중국 항서제약의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주가 하락은 막지 못했다.
지난 1월 초 4만원대였던 주가는 미 FDA 허가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왔다. 3월에는 12만원까지 돌파했고 발표를 하루 앞둔 어제(16일)에는 9만5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어제는 장중 시총규모 12.5조원으로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2위에 오르기도 했다.
HLB 주가 추이. 네이버증권 |
하지만 FDA 허가 불발 소식에 주가는 급락, 17일 현재 6만7000원까지 내렸다. 시총 규모도 8조원대로 하루만에 4조원이 빠져 나갔다.
한 투자자는 “HLB가 간암 치료제로 FDA 통과할 수 있다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가뜩이나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 더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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