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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수교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세계사적 대전환의 위업’을 상징하며 문 대통령에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의 성공을 의미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겐 ‘체제보장’이자 정상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제사회의 공인을 뜻한다.
평양에 북한 주재 미 대사관이 들어선다면, 이스라엘 주재 예루살렘 미 대사관과는 극단적이고도 완벽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미국이 강행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개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결과이자 분쟁의 새로운 단계가 됐다.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 어느 쪽의 땅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루살렘 미 대사관은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미국 대사관이 개관한 지난 14일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공격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평양에 미 대사관이 들어선다면, 한반도는 남북, 두 국가의 공존이 실질적ㆍ최종적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얻었다는 뜻이다. 반면, 예루살렘 미 대사관은 국제사회의 합의를 거스르고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정부의 평화적 공존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최근 시리아 공격과 이란핵협정 탈퇴,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관 등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했다. 중동에서의 미국의 이익이 평화보다는 ‘긴장’에 더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반면, 일각의 회의와 비관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백악관의 ‘기대’는 여전하다. 한반도에선 미국의 이익이 평화쪽에 더 가깝다는 증거일 수 있다. 불안하지만 ‘아직까지는’ 말이다. 한반도에서 북미관계의 중재자는 남측, 문재인 대통령이고, 이란핵합의와 예루살렘 미 대사관 문제 등 중동에서의 중재자는 유럽이다. 중재자들의 입장과 그 절박함의 차이가 한반도와 중동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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