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백악관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임기 말까지 이처럼 유명 인사들과 대중 사이에서 인기를 유지한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오바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울고 웃었습니다. 바다 건너 대한민국의 오늘,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를 ‘블랙리스트’로 올리고 대통령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를 남용했던 우리 정부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또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메달을 받은 인사들의 면면은 무척이나 화려했습니다. 부동의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톰 행크스,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20년 전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밝힌 코미디언이자 13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인기 토크쇼를 진행중인 엘렌 드제너러스(58)였습니다.
출처 엘렌 드제너러스 트위터 @TheEllenShow |
▶등장 인물= 엘렌 드제너러스
▶게재일= 2016년 11월22일
▶장소= 미국 워싱턴 D. C. 백악관 인근
드제너러스가 시상식이 있던 날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는 그가 백악관과 가까운 공터에 익살스런 표정을 하고 앉아 있습니다.
왜냐구요? 그가 남긴 말을 보면 알 수 있죠.
“저를 백악관에 들여보내 주지 않아요. 신분증을 안 가져 왔거든요(They haven’t let me in to the White House yet because I forgot my ID).” 그러면서 해쉬태그 두 개를 붙였습니다. “#농담아님(NotJoking)”, “#자유의메달(PresidentialMedalOfFreedom)”. 이 때까지만 해도 위아래로 붉은색 체크 수트를 입고 앉아 있는 그의 표정에서는 한껏 들뜬 표정이 엿보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
몇시간 후, 그는 생중계로 방송된 시상식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오후 시간대 토크쇼에서 시청자들을 소위 ‘빵빵 터뜨렸던’ 그이지만 말이죠. 20년 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커밍아웃을 할 때도, 보수단체들의 비난을 받을 때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었기에 팬들은 적잖이 놀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헌사를 듣던 그는 그 문구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드제리너스는 한 명의 사람이 이 세상을 더 재미있고 더 개방적이고 더 사랑할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헤엄쳐 나갈 수 있습니다(She has shown us that a single individual can make the world a more fun, more open, more loving place so long as we just keep swimming).”
오랫동안 드제너러스는 편견과 싸워 왔습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한 그는 1997년 커밍아웃했습니다. 2004년부터 교제하기 시작한 포셔 드 로시와 2008년 동성혼을 합법화한 캘리포니아주에서 결혼했습니다. ‘다양성’과 ‘평등’을 소리높여 이야기하던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와도 공통점이 많았죠. 동성 결혼 합법화는 물론 미국 의료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에도 큰 지지를 보냈습니다.
출처 엘렌 드제너러스 인스타그램 @theellenshow |
▶등장 인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엘렌 드제너러스
▶게재일= 2016년 2월
▶장소= 엘렌 드제너러스 쇼 스튜디오
드제너러스와 오바마의 우정은 꽤 오랜 기간 이어져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첫 번째 임기 때에 이어 지난 2월에도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이나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좀 지루하다(depressing)”는 속 이야기도 털어놓았죠.
엘렌은 앞서 쇼에 초대했던 미쉘 오바마 영부인과 팔굽혀펴기 대결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미쉘은 나보다 땅에 덜 내려갔다. 내가 더 폼이 좋지 않느냐”면서 오바마에게 도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는 “내 아내도 괜찮지 않느냐”며 은근한 방패막이가 돼 주었습니다.
올해 8월 열린 오바마 대통령의 생일 파티에도 드제러너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나이, 성별, 성적 지향, 인종 모든 것을 떠나 이들이 나눈 우정은 정말 기념할 만 합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