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마다 성공하니 여의도와 충무로의 ‘히트제조기’로 통한다. 영화의 흥행을 뒤로하고 오는 9월 SBS에서 방영 예정인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대본 집필에 여념이 없는 박 작가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원래 신춘문예 단골 낙방생이었죠. 이문열 선생님의 추천으로 1996년 등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가 꿈이었고, 지금도 소설가라고 생각해요. 영화에 관심이 있었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박 작가는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영했던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 출연해 1대 달인이 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한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역사에 관심이 컸고, 원래 “이런저런 상식을 자랑하며 잘난 척하기 좋아하던 성격이었다”고 했다. 그것이 한국전쟁이나 분단, 역사극을 쓰게 한 바탕이 됐다. ‘고지전’ 기획은 지난 2005년 영화사로부터 일제시대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계약하고 이튿날 제작자와 가진 술자리에서 박 작가가 “원래 내가 나이 오십 되면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한국전쟁이 어떻게 끝났나를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제작자는 “그게 더 대박인데!”라며 결국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박 작가는 “광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에선 인물들을 영웅으로 그렸다면 ‘고지전’에선 ‘모두가 피해자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래 시나리오는 4시간이나 돼야 다 담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박 작가는 글이 길고 말이 많은 것이 “내 작가적 병폐”라고 했지만 ‘고지전’에선 미처 다 못한 이야기가 많다. 광복군이었다가 국군이 된 병사(고창석)나 북한군 대장(류승룡), 북한 여군 저격수(김옥빈)의 숨겨진 드라마가 있다. “영화가 잘되면 언젠가 TV 드라마로 다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차기작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다룬 ‘뿌리깊은 나무’에 대해선 “언어와 권력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역사극이나 시대극 등 진지한 작품으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코미디도 무척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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