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일을 많이 하니까 ‘야근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는 이제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되라는 의미로 ‘문제일’이라는 별명을 각각 지어주었다.
최영인 PD는 “한혜진이 별명 짓는 데 대해 제작진의 개입은 전혀 없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본인이 즉흥적으로 짓는다”고 밝혔다.
김제동이 문재인에게 “이경규와 김제동 중 비리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은?”이라고 묻자 문재인이 “두 분 다 벌만큼 벌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 순간 한혜진은 “벌만큼 번 분들이 비리를 저지르잖아요”라는 ‘슬픈 정답’을 속시원히 말하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한혜진은 이경규와 문재인이 보수 진보에 대해 이야기하자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둘 다 못 믿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한혜진은 캠퍼스 커플이었던 문재인이 7년간 연애를 하고도 프로포즈를 하지 않아 아내가 막걸리를 마시고 결혼하자고 직접 제안한 사연을 쓴 편지를 읽으며 술 취한 연기를 하기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또 박근혜편에서는 박근혜가 김제동과 미묘한 심리전을 벌이자 “(요리중이던) 호떡 언제 먹나요”라고 말해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한혜진은 이전에도 이경규 김제동 등 노련한 선배 MC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유쾌한 천적관계를 형성하는 등 좋은 콤비네이션을 보여주었다. 가끔씩 터뜨려주는 예능감의 효과는 기존의 정숙한 모범생 이미지로 인해 더욱 돋보였다. 게스트로 나온 옥주현이 “두 남자 MC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MC를 하게 됐느냐”고 묻자 “노느니 뭐해”라고 답했었다. 이처럼 한혜진은 ‘힐링캠프’에서 예능 청량제 역할을 해왔다.
한혜진은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눈치를 안보고 할 말은 다한다. 어려운 질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의 바르고 여린 듯하다. 이 점에서 식당 밥이 맛 없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사유리와 살짝 닮았지만 많이다르다. 한혜진은 항상 주위를 기분좋게 만든다. 순수하지만 거침없는 그의 발언이 대중을 더 잘 대변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