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복합다면적인 역할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 그는 데뷔 초부터 조각같은 외모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중은 그의 연기력 보다는 잘생긴 외모에 더 호감을 보였다.
이로 인해 송승헌에겐 ‘비주얼 때문에 연기력이 묻힌다’라는 타이틀이 오르내렸다. ‘닥터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가 사극과 의사라는 캐릭터에 처음 도전하게 되자 대중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송승헌은 점차 회가 거듭해 갈수록 시청자들의 논란을 잠재웠으며 더 이상 ‘비주얼’ 만이 아닌 ‘연기력’도 뛰어난 배우로 인정받았다.
8월 9일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송승헌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단순히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살이 빠졌다는 외형적 변화 말고도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깊어졌다. 깊어가는 연기 내공만큼이나 그의 매력 또한 분위기 있게 다가왔다.
“사실 1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더운 날씨에 촬영을 한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죠. 특히 시대배경이 조선시대이기 때문에 의상부터 반팔이 아니었고, 가발도 써야 했죠. 스태프건 배우이건 촬영현장에서 더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기지만 그래도 고생했어요. 또 ‘개인적으로 아직 내가하기에는 이르지 않을까?’ ‘따분하고 재미없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깨우친 작품이죠. 사극이란 장르에 또 다른 재미를 알게 해주기도 했고, 추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전통사극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사실 ‘닥텨진’은 시청률 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닥터진’은 4회까지 동시간 경쟁프로그램인 SBS ‘신사의 품격’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아쉬운 결과를 초래했다. 시청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시청률 면에서는 ‘신사의 품격’에게 당연히 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사람만 칭찬할 것이 아니라 예선탈락하거나 메달 획득에 실패한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게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요.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그간 쏟았던 피와 땀이 허사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저희 ‘닥터진’의 출연진과 스태프 역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어디가서 창피할 정도의 드라마도 아니니까요. MBC파업이라는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어요.”
최준용 이슈팀 기자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