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고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한 가을 환절기가 시작됐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몸의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에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척추 질환자,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관리에 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비교적 튼튼한 중·장년층도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등 척추 질환이 유발될 수 있어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60대 중반의 한 환자는 얼마 전에 가족과 가까운 산에 다녀온 뒤 다리가 저리고 허리 통증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 근처 병원에 갔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서 쌀쌀해진 날씨 탓에 몸살 증상이 온 걸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허리통증이 있을 때마다 뜨거운 찜질을 하던 환자는 다리와 허리 통증이 심해져 허리디스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병원에서 검사를 한 결과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은 누구나 알고 있는 허리디스크와 유사점이 많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요추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리고 보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발병 원인과 치료는 다른 점이 많다. 허리디스크는 척추와 척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의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바르지 못한 자세나 무리한 운동,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원인이 된다.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허리를 앞으로 굽히기가 힘들다. 이에 반해 척추관협착증은 뼈가 노화하기 시작하면서 뼈마디가 굵어지기 때문에 척추관이 좁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되는 질환이다. 즉, 노화에 의한 퇴행성 질환으로 50~60대에서 많이 발생된다. 다리가 저리거나 종아리가 터질 듯이 아픈 것이 특징이다.

허리디스크 못지않게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70%가 ‘노화’다. 예전에는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수술에 많이 의존했으나 요즈음은 비수술 치료가 발전하여 골다공증,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도 수술을 하지 않고 경막외내시경 레이저시술로 치료받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비수술 치료인 경막외내시경 레이저시술은 국소 마취하여 꼬리뼈를 통해 1.5mm 굵기의 관에 내시경과 레이저를 넣어 직접 통증이 있는 부위를 들여다보면서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MRI 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병변까지 내시경으로 직접 들여다보며 레이저로 제거하고 약물을 신경 염증부위에 직접 투여해 부기를 가라앉히기 때문에 시술 성공률도 높다. 경막외내시경 레이저시술은 흉터도 남지 않고 시술시간도 20분 내외로 비교적 짧으며 시술 후 1~2시간이면 퇴원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질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척추 건강을 위해 평소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어 허리근육과 척추관절이 과도한 긴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도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보온에 신경 쓰고 외출 후에는 긴장된 근육을 온찜질로 풀어주면 좋다. 허리 근력강화에는 걷기 운동이 좋으며 걷기 운동은 일생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해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조보영

<연세바른병원 강남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