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최은영<사진>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지난 2006년 타계한 남편의 뒤를 이어 7년간 꾸려온 회사의 회생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집까지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시숙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독립경영의 꿈도 뒤로 미뤘다. ‘형제의 난’까지 거쳤던 한진그룹 형제들의 과거를 살펴봤을 때 최 회장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15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한진해운홀딩스 사옥과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이달 중 1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또 한진해운이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는 유상증자에도 4000억원 범위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으로 4000억원을 지원하면 1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사실상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될 공산이 커지는 셈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부사장은 19일 대한항공 경영설명회에서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 유상증자 참여시 대주주가 될 순있다”며 직접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상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한진해운의 실질적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최근 김영민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진 석태수 대표가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대한항공이 경영을 맡게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지원을 받기위해 살던 집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 사업부문(3000억원)과 국내외 터미널 일부 지분(3000억원)을 팔고 해외지역 사옥과 유가증권 등 비영업용자산(887억원)을 팔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자구노력 및 대한항공 지원, 채권단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총 1조9745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1대 주주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 일이다. 오랫동안 추진해온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회사 살리기에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 같다. 금융권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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