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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딸 찾았어요…욕할지 모르지만 엄마 품으로 와서 다행이죠”
뉴스종합| 2014-05-14 11:14
“만약에 못찾으면 어떡하지…”
“가슴 졸인 날들이 벌써 한달

“자식 못찾은 사람도 아직 많은데…”
“쌀국수 해주며 위로 해주던
“자원봉사자와 껴안고 눈물 펑펑


지난 13일 오후 1시께 한 여학생의 시신이 수습됐다. 276번째 사망자였다. 그리고 3시간여 뒤인 오후 4시 45분께 이 여학생 어머니는 세탁을 맡겼던 옷가지를 찾으러 진도체육관 옆 원불교봉공회 천막에 왔다. “나영(가명)이 찾았어요.” 어머니는 빨래를 받으며 자원봉사자 양화자(67ㆍ여)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둘은 탄식하며 부둥켜안았다. 이들은 약 10분간 울면서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다시 빨래를 안고 체육관으로 갔다.

양화자 씨는 사고 이튿날인 17일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옷을 빨고, 밥을 권했다. 다음은 양화자 씨와 직접 나눈 대화 내용이다.

“우리가 떡을 해서 오전에 체육관 안에 가족들한테 돌리기도 해요. 처음에는 (나영 엄마가) 안 먹더라고. 곁눈으로 한번 흘겨보고 안 보더라고. 그래도 한번 자셔보라고 권하니까 까칠하게 ‘알았어요’라고 대답하면서 받더라고. 그 다음에 또 쌀국수 들고 체육관으로 들어갔지. 가서 ‘이것 좀 잡수면 안 될까?’ ‘밥 좀 말아 잡수시면 안 될까?’라고 했어요. 또 말 많이 하면 안 되니까 그 두 마디만 하고 왔지. 한 4번 정도 갔을 거예요.”

“그런데 그 엄마가 돌아보는 거예요. 돌아보면 된 거거든.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직접 여기(원불교 천막)로 찾아왔어. 빨래를 맡겨도 우리가 가질러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가져올 정도로 가까워졌어. 어느 날은 밥을 못 먹었다고 다 죽을 상으로 왔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지 말고 우리 쌀국수 하나 먹어볼까’ 그러니까 ‘못 먹겠어요’라고 그래. ‘아냐 먹을 수 있어, 나랑 같이 먹어보자’ 그렇게 해서 같이 먹었어요. 그렇게 먹고 가더만 그 다음부터는 나보고 ‘엄마’하면서 우리 천막으로 오더라고. (울먹거리며) 사실 우리 며느리 정도밖에 안 되지. 우리 손자도 고등학교 2학년이니까.”

“내가 평소에도 ‘엄마 품으로 오겠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거기(물속)에 있겠어. 엄마 품으로 오니까 기다려’라고 다독거렸어요. 그런데 오늘 와서 ‘엄마 (나영이) 찾았어요’라고 하며 와요. 찾았다고 한참 울다가 갔네. (울음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가쁘게 쉬며) 그래서 내가 ‘그래도 엄마 품으로 왔네. 욕 할지 몰라도 나는 정말로 축하해. 자식 못찾은 사람 얼마나 많아? 오는 것만도 축하할 일이지’라고 말했어요. 나영 엄마도 ‘그러죠. 만약에 못 찾았으면 어떡했겠어요. 너무 감사할 일이에요’라면서 ‘앞으로 저 어떻게 살까요?’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런 소리 하지마. 애기 찾았으니까…고맙게 생각하고’라고 했지.”

“그렇게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데 그때 마침 다른 엄마가 세탁물 찾으러 천막에 왔더라고. 자초지종 듣더니 ‘나영이도 나왔으니까 우리 아들도 나오겠죠’라고 말하고 힘없이 돌아가더라니까. 남아 있는 가족들 보면 못 보겠어. 진짜 못 보겠어. 진짜 안타까워서 못 보겠어. 이제 (시신 찾아서) 올라간다고 우리 찾아오는 사람도 있어요. 가기 전에 여기(원불교 천막) 찾아와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제 간다고 인사하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 만난 몇 사람들 전화번호 저장해놨어요. 이후에라도 가끔식 전화해주고 문자라도 넣어줄라고.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많이 다가와줬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보답을 해야죠.”

휴대폰 최근 통화 목록에는 이곳 가족들과 나눈 통화 기록들이 여러 개 보였다. 방금 전 나영이 어머니와도 번호를 나눴다고 한다. 마침 헬기 6대가 진도체육관 옆 공설운동장에 착륙하고 있었다. “헬기가 움직이면 막 가슴이 뛰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요. 특히 (시신을) 많이 찾은 날에는 하루종일 헬기가 떠요. 저희도 여기 오래 있으니까 이제 헬기가 뜨고 내리는 거 보면 어디서 누가 오고 또 누가 가는가 보다 다 알게 되더라고요.”

“어른들이 잘못해서 애들 죽였잖아. 그래도 이렇게라도 찾으면 얼마나 고맙겠소. 부모들이 자식을 물속에 놓고 어떻게 가겠어요. 지금은 배 안에만 있어달라고 기도하지. 그래야 장례 치르니까. 보니까 친정이랑 시댁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여기 가족들하고 같이 있더라고. 빨래 많은 사람은 가족들이 많이 와 있는 사람이야.”

“나는 17일부터 여기에 있었어. 집이 광주인데 하루는 여기서 자고, 다음 날 하루는 집에 갔다가 그 다음날 새벽에 와. 내가 직접 운전해서 왔다갔다 하는데 뭐 두시간10분 밖에 안 걸려. 잠은 천막 안에 스티로폼 두 개 깔아놓고 해결하고. 괜찮아. 자식을 물 속에 두고 있는 부모도 있는데 봉사하려면 (부모들과) 같이 느껴야지. 좋은 방에 가서 있는 건 아니지. 실내체육관에서 다 철수할 때까지 저희들도 같이 해야지. 우리 아들, 며느리들은 엄마가 심리적으로 병 생길까봐 조심하라고 해요. ‘어머님 저희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라고 전화도 오고.”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모두 276명이다. 28명은 아직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진도=이지웅·김현일·배두헌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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