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표정의 중절모 신사가 한 손에 붓을 들고 있다. 강 한가운데 조각배를 띄우고 바람을 따라 흘러가지만 아직 갈 곳을 모른다. 진흙을 발라 흙물이 든 캔버스의 누런 빛이 처연함을 더한다.
문형태(38)의 작품 ‘바람’이다.
바람, 캔버스에 유채, 112.1x162.2㎝, 2013 [사진제공=청안갤러리] |
물감 살 돈조차 없었던 가난한 홍대 화가는 이제 논현동에 둥지를 틀었다. “주머니가 두둑해질수록 그림도 달라지더라”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1년 360일을 작업실에 틀어박혀 다작하는 작가다. 붓을 든 중절모 신사는 자의식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작가 자신일까, 아니면 그림은 즐거운 것이라고 가르쳤던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일까.
전시는 8월 24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