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인에 까지 확산…처벌법규 없어 단속 못해
아이돌그룹 위너의 멤버 강승윤은 최근 지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을 사칭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SNS 사칭’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지난달에는 한 SNS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고 고은비를 사칭, ‘은비’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여러분 저 살아있어요”, “(빈소 사진을 가리키며)이거 다 거짓말이에요” 등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배우 박신혜가 자신을 사칭하는 SNS 계정이 담긴 사진을 소개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박신혜의 얼굴사진과 함께 직업 ‘배우’, ‘중앙대학교에서 공부’, ‘서울특별시 거주’ 등 실제 박신혜의 프로필이 적혀 있었고, 당시 출연중이던 드라마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함께 한 사진이 배경사진으로 쓰였다.
SNS 사칭 피해 범죄가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SNS 사칭 피해 범죄는 ‘5대 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폭행ㆍ절도)의 범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데도 한국에서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20일 ‘SNS 환경에서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적 대응에 관한 연구’(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ㆍ박성훈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14~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범죄, 사기범죄, 스토킹, 사칭, 인격적 법익침해 등 주요 SNS상의 범죄 중 최소한 한번이라도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SNS이용자는 총 169명(16.9%)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칭 피해는 43명으로, SNS 전체 피해 경험자 중 25.4%에 달했다.
SNS 사칭 피해자는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43명으로, 이를 인구 10만명 당 범죄율로 따지면 4300명에 해당한다.
지난 2012년 기준, 5대 범죄의 범죄율은 10만명당 2077명 수준으로 SNS 사칭 피해는 ‘5대 범죄’ 전체를 합한 것보다 2배 이상이나 많다.
하지만 한국은 무단 타인사칭에 대해서는 전혀 형사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조교수는 ‘SNS상 개인정보 무단 수집ㆍ보관ㆍ유포 및 타인사칭에 대한 형사법 연구’(형사정책연구 제25권 3호)를 통해 “온라인상 타인 사칭의 경우, 미국의 다수 주 법률과 캐나다 연방법률에서는 ‘아이디(ID) 사기’로 규정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며 “미국 다수 주의 법률은 1년 이하의 징역, 1000달러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 연방법률은 타인 사칭에 대해 장기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 각국에서는 개인정보의 동의없는 수집, 소지, 타인에게 제공도 범죄화해 형사 처벌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2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영국은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 침해 관련 범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영하는’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서만 무단 수집, 유포를 범죄화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은 기망적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만을 범죄화하고 있다.
장연주ㆍ김재현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