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 세계인의 공짜 학교 ‘칸 아카데미’ 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칸 아카데미(http://www.khanacademy.org/)에서 강의를 듣고 난 후 전교 꼴찌가 1등이 됐다든지, 공부와 담을 쌓던 술집 연주자가 대학입학에 성공했다는 등 화제거리도 풍성하다.

칸 아카데미 특유의 쉬운 강의 동영상과 문제 풀기, 단계별 완료도 평가, 아바타 꾸미기 시스템 등 아이들에게 ‘학습이 아닌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아이들과 함께 비슷한 공부와 놀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출처 : 칸 아카데미 홈페이지

칸 아카데미의 출발은 칸이 조카를 위해 만든 유투브 동영상 강의였다. 2004년 당시 수학을 어려워하는 조카를 위해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잇따랐다. 전 세계 아이들이 편리하고 쉬운 강의가 도움이 됐다며 수많은 댓글을 남긴 것이다. 칸은 이후 조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전 세계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비영리 교육업체인 칸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스스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칸 아카데미가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2010년 빌 게이츠가 한 아이디어 축제에서 공개적으로 극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10대 아들 로리와 함께 매일 동영상 수업을 듣는다면서 “이 동영상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고”극찬했다. 그 후 빌 게이츠는 칸 아카데미에 투자를 했고 구글은 ‘세상을 변화시킬 5가지 아이디어’에 선정하면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칸 아카데미 수업은 공식 홈페이지와 유투브를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현재 4,000개가 넘는 강의 동영상이 홈페이지에 업로드 돼있고 유투브에서 칸 아카데미 구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강의는 일반 교양 관련 과목도 있지만 주로 수학, 과학, 기술 관련 내용들이다.

칸 아카데미에 세계 유저들이 열광하는 것은 바로 학생 수준별 맞춤형 교육이다. 일반 학교와 달리 칸 아카데미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 수강자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듣기 위해 사전 테스트를 치른다. 단계에 따라 연습문제도 다르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미적분 강의만도 191개로 개인의 수준과 실력에 따라 세분화했다. 개인의 진도에 맞춰 연습문제도 풀 수 있고 문제 단계별 힌트와 해설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은 누구나 개인 특성과 능력에 따라 자기 주도학습이 가능하다.

칸은 “공부할 때 자신의 진도에 맞는 교재를 활용하고 다른 사람들의 진도에 신경 쓰지 않고 과정마다 완벽히 습득하고 지나가야 한다” 면서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진도가 나간다면 다시 배울 기회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며 경험에서 우러난 교수법을 제시한다.

출처 : 칸 아카데미 홈페이지

간결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수업방식도 인상적이다. 칸은 대화하듯 개념을 설명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게 수업을 구성한다. 또 수업시간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10~15분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서울 시내 유명학원의 한 영어 강사는 “아주 쉬운 영어와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 며 한국 교육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무료사이트지만 평가는 예상을 뒤엎고 엄격하다. 학생은 자신이 받는 교육에 대해 반드시 평가를 받게 되고 일정 수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는 과목별 학력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과목도 2006년 설립 당시 수학과 과학이 주류였던 것이 지금은 역사, 물리, 화학, 천문학, 경제학 등 다양한 과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칸 아카데미를 실제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약 2만여개의 미국 학급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되는가 하면, 홈 스쿨링 교재로도 환영 받고 있다.

칸 아카데미의 한글화를 위한 한국의 공식파트너업체인 NHN 넥스트는 자체 봉사단과 외부 봉사단의 협력을 통해 칸 아카데미의 수학, 과학, 교육 동영상을 한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무료지만 치밀한 교육시스템과 수준별 맞춤학습법으로 전 세계 온라인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칸 미디어가 온라인 학습사이트가 범람하고 있는 한국 교육시장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