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자신의 앞으로 대출된 학자금만 4000만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혼집 마련을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에 지인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결혼을 미루고 학자금부터 갚아라”였다. 김 씨는 “어느 세월에 그걸 다 갚고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지난 2005년 정부가 학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은 한국장학재단으로 통합됐고, 당시 정부 지원 등으로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청년들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취업 불황이 이어지며, 결혼 자금 마련은커녕 남은 학자금 갚기도 버거운 이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융자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결혼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인 ‘든든장학금’ 장기 미상환자가 2014년에만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대출금을 한 번도 갚지 못했거나, 상환한 돈이 원금과 이자의 5%가 안 되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되는데, 올해에는 1만명 이상 늘어난 2만3000명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금 체납액도 2013년 28억원의 4.4배인 122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학자금을 융자받은 상당수 20~30대는 대출금을 갚지 ‘않는’ 게 아니라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여력도 없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대학 졸업 후 벌써 3년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양모(29ㆍ여) 씨도 “학부생 때 빌린 학자금 2700만원 중 대출 원금은 한 푼도 상환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자로 매달 15만원 내기도 빠듯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금이 아직도 1800만원이나 남았다는 3년차 직장인 A 씨는 “신혼집을 줄여도 좋으니 예비 신랑에게 학자금 대출금을 갚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했다”면서 “결국 결혼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미혼 직장인 723명을 대상으로 ‘결혼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자금 등 각종 빚을 갚기도 벅차서’를 택한 응답자가 13.3%(복수응답)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결혼 자금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의 지지를 받았다.
학자금 대출 등의 문제로 청년 10명 중 1~2명이 결혼을 연기한다는 미국의 얘기가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생 첫 출발부터 빚을 안고 시작하는 젊은이들로선 결혼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면서 “나 역시도 학교에 몸을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사립학교에선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등록금을 낮출 필요가 있고, 국가 차원에선 등록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젊은이들이 최대한 짐을 덜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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