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인피닉은 여성 고용률 및 여성관리자 비율을 월등히 높은 IT기업으로 유명하다. 팀장과 팀원 모두가 여성으로만 구성된 인사채용팀을 운영할 정도다. 이 회사 인사위원회는 우선 남성 위원 비중을 60% 이하로 규정한 게 특징이다. 남성 중심의 눈높이로 근로자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육아 휴직중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어깨에 책가방을 둘러맨채 아이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로 발걸음을 채촉하고 있다. |
여직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임신근로자 단축 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육아기 출근시간 조정 등이 그렇다. 물론 임신이나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한 불이익도 없다. ㈜인피닉 경영본부의 손영미(36ㆍ가명) 과장은 “일반 회사에선 여성들이 육아와 가정과 일을병행하기 힘들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항공수출입 및 해상수출입 운송서비스 회사인 엠엘씨카고㈜는 물류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여직원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 회사는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직원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 여직원 모임인 ‘도란도란’을 통해 여직원의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활동도 한창이다. 엠엘씨카고㈜가 자랑하는 임신근로자 단축근무제, 육아기 출근시간 조정 등이 대부분 ‘도란도란’을 통해 채택된 일ㆍ가정 병행 프로그램들이다.
이 회사는 또 임직원과 가족들이 문화 예술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미술전시 관람이나 작은 음악회 등도 자주 열고있다. 채명기 엠엘씨카고㈜ 회장은 “여성근로자가 축복받아야 할 임신과 육아후 복귀하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것 같은 불안함과 경력 단절로 인한 스트레스는 업무성과 부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기업체에서 운영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취업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삼성화재 해상보험㈜의 경우엔 경단녀 채용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일ㆍ가정 병행 프로그램이 주목거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시간선택제를 통해 경단녀 121명을 채용했고, 임신근로자를 위해 근무시간 조정제도 도입했다. 또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86.4%이며, 임신중 여성 근로자의 연장근로 금지를 위해 ‘전일 PC-오프 시스템’ 등도 채택했다. 을지로, 서소문 지역 사무실에선 직장 어린이집과 사옥별 여직원 휴게실, 무자녀 고충 임직원 지원 제도 등이 인기다. 삼성화재 해상보험㈜ 경영진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3년 53.9%이던 여성 근로자 비율이 지난해엔 62.8%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일ㆍ가정 병행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엔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컸다. 고용부는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일ㆍ가정병행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단녀의 재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7000여개 기업을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시킨 것이 무엇보다 주효했다. 이달부터는 ‘일가(家)양득’ 홈페이지까지 설치해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용부는 또 최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과 손잡고 일ㆍ가정 양립을 돕는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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