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질환, 임신 기간에 더 붓고 염증도 잘생겨
치과를 찾는 기혼 여성 중 적지 않은 환자들이 임신으로 인해 치아가 망가졌다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임신과 치아 건강은 정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여성이 임신을 하면 몸 전체에 여러 변화가 오는데 그 중 하나가 호르몬의 변화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잇몸 혈관 벽이 얇아지고 잇몸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붓고, 입안도 산성으로 변하게 된다.
강북다인치과 최헌주 원장은 “약해진 잇몸에 치태나 치석이 끼어 염증이 생길 뿐 아니라 호르몬 변화로 입안이 산성화되면서 세균이 더욱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충치도 그만큼 더 잘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평소에 잇몸 질환이 있던 임산부라면 임신기간에 더 잇몸이 심하게 붓고 염증도 더 잘 생긴다. 일반적으로 임신을 하면 태아가 필요로 하는 칼슘이 빠져나가 치아도 당연히 약해지고 시리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치아가 나빠지는 것은 잇몸질환 때문이다.
이 같은 임신성 잇몸질환은 임신 2~3개월부터 느껴지며, 염증은 8개월 정도까지 지속되다가 9개월쯤 되면 줄어들게 된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 중 나타나는 잇몸질환을 가벼운 질환으로 그냥 지나치는데,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신 말기에 아주 심한 염증상태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 때문에 태아와 산모에게 비교적 영향을 덜 미치는 임신 4~6개월 사이에 가능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성 잇몸질환은 보통 분만 후 감소되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으므로, 임신 중 미세하게라도 잇몸 이상이 나타났다면 분만 후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임신 전 치과치료 필수, 문제 없는 사랑니도 발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임신 전에 모든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다. 임신 중에는 충치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 충치는 모두 치료해야 한다. 또 치석이 있을 경우 잇몸질환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스케일링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사랑니도 미리 발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에는 괜찮았던 사랑니라도 임신 중에는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사랑니와 함께 치아가 뿌리만 남은 경우, 심하게 흔들려 살릴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빠진 치아가 있다면 새로 해넣어야 한다. 치아가 없을 때의 문제도 있지만 임신 중 자칫 영양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니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기간에 염증이나 통증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임산부들은 혹시 태아에 문제가 생길까 통증이 있어도 병원 가기를 꺼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다가 임신말기까지 염증이 진행되면 지나친 통증 때문에 오히려 조산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태아와 임산부에게 비교적 영향을 덜 미치는 임신 4~6개월 경에는 가능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임신 중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단 음식과 간식 등을 자주 먹게 되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칫솔질만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강북다인치과 최헌주 원장은 “입덧이 심해 입 안쪽 어금니까지 칫솔질을 하기 힘든 경우라면 양치용액으로 입안을 자주 헹궈내 구강청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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