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이 진행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엄청난 규모의 재산 분할과 그에 따른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벌써부터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위자료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이혼소송이 진행될 경우 발생할 재산분할액의 규모가 기록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 각국 부호들의 이혼 과정에서 등장했던 위자료와 비교해봐도 절대로 뒤지지 않는 정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노소영 이혼땐 재산분할 ‘세계급’ = 최태원 회장의 이혼 분쟁은 단순하게 자산 규모로만 봐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최 회장은 4조2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국내 5위 부호다. 국내외 법원이 최근 인정하고 있는 추세인, 재산분할 50%가 이뤄진다 해도 2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는 전세계 억만장자 기업가들의 이혼 과정과 비교해봐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액수다. 올해 초 미국의 한 석유재벌은 이혼 합의금으로 9억7400만달러(1조7000억원)짜리 수표를 써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오클라호마 주를 기반으로 한 석유회사 콘티넨털 리소시스의 회장 해롤드 햄(Harold Hamm)이 그의 아내 수 앤 햄(Sue Ann Hamm)과의 결혼생활 종지부를 찍으면서 천문학적인 위자료를 지불한 것이다. 그러나 수 앤은 이 금액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단칼에 거절한 바 있다. 햄 회장의 재산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러시아에서는 신흥 부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47)도 떠오른다. 그는 이혼 위자료로 40억2055만5987스위스프랑(4조7377억원)을 내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혼을 한 바 있다. 그의 재산 절반가량에 해당되는 액수였다. 세계 최대 칼륨 비료회사 우랄칼리를 운영한 리볼로프레프는 프랑스 AS모나코 구단주이기도 하다.
호주 출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세번째 부인 웬디 덩과 이혼하면서 1조원대 위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할 때와 비슷한 1조7000억원으로 전해졌다. 머독은 웬디 덩과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와의 외도를 의심하다 결국 갈라섰다.
최 태원 회장과 같이 혼외자식을 두고 이혼한 경우는 미국 영화배우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있다. 슈워제네거는 1986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NBC 뉴스진행자였던 슈라이버와 결혼했지만 가정부와 혼외정사로 아들을 낳은 것이 들통나 25년 결혼생활이 파탄났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관장과 겹쳐진다. 슈워제네거 부부는 44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마무리하고 이혼장에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 SK경영권 분쟁 치달을까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이 이혼 소송에 돌입하면 재산분할 과정이 SK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외도로 혼외자식을 둔 최 회장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어 재산분할 과정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의 지분 23.4%(1646만5472주)를 보유하고 있다. 29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4조1170억원이다. 이밖에도 SK케미칼 지분 3.11%(8만7515주ㆍ우선주)와 SK텔레콤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다. 각각 시가는 63억8000만원, 2150만원이다.
한편 노소영 관장은 SK 8616주(0.01%), SK이노베이션 8000주(0.01%)만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평가액은 각각 21억5830만원, 10억6400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에서 정하는 이혼 시 재산분할 비율은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가 형성된 재산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주)의 지분 절반가량을 노소영 관장이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11.7%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경영권까지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 재단 이사장이 SK주식 525만주(7.46%)를 가지고 있어 이를 합하면 19.16%(1484만9365주)로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 역시 최창원 부회장이 306만주(14.68%)를 가지고 있어 경영권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가 노통시절의 유산이라는 점은 재계 불문율”이라며 “2003년 SK가 소버린 사태를 겪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까지는 아니라도 이혼소송 시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 악화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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