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함께 반(反) 난민 극우정당의 대약진으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유럽 최대 국가 독일의 주류정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 불 보듯 뻔해졌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대연정을 통해 정치적 안정성을 이끌어 온 독일의 주류정치가 분열화ㆍ파편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류 정치 위협=이날 투표가 마감된 직후 공영 ZDF TV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反) 난민정책을 표방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는 224만 명 인구의 구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에서 23%의 지지율을 기록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에 이어 제 2당을 차지했다.
AfD의 이같은 득표율은 2013년 2월 정당 출범 이래 역대선거에서 획득한 최고 기록이다. AfD는 또 인구 2072만명의 바덴뷔르템베르크와 410만명의 라인란트팔츠주에서도 각각 14%와 12%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3당에 올랐다.
AfD의 40대 여성 정치인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드레스덴을 거점으로 번진 ‘유럽의 이슬람을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ㆍ페기다) 운동에 동조할 뿐 아니라 국경에서 불법 난민에 총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일 정치권의 금기를 부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번 선거로 출범 당시만 해도 군소정당으로 치부됐던 AfD는 불과 3년여만에 독일 연방 16개 주 중 절반인 8개주의 주의회에 입성했다. 특히 이같은 추세라면 AfD는 내년 총선에서 연방의회에도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 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독일 연정 구성과 정당 간 정책협상 및 결정 양태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유럽본부 디렉터 잔 테쇼(Jan Techau)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의 연정을 통한, 즉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주류정치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독일의 정치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뿐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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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발목이 잡혀…시험대에 놓인 메르켈의 ‘정치 실험’=이번 주의회 선거는 난민에 대한 중산층 독일인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슈퍼 선데이’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메르켈의 기민당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2%로 역대 주 의회 선거 중 가장 높았다. 그만큼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WSJ는 이와 관련, 메르켈의 난민정책은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경제적 위치에 놓인 난민 유입이 세계의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실시간 정치실험적인 성격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로 메르켈의 정치실험이 중요한 변곡점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WSJ에 따르면 독일인 중 59%가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독일인 5명 중 4명은 난민유입으로 범죄가 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켈의 난민정책이 경제적으로 실업률을 늘릴 뿐만 아니라 테러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독일인의 반(反)난민 성향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주류정치 실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