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남편 때리는 아내 비율은 2배 넘게 증가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ㆍ고도예 기자] #. 결혼 14년차 무렵 배모 씨는 남편 윤모 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두 자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배 씨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졌고, 이는 결국 남편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졌다. 윤 씨의 눈은 멍투성이가 되기 일쑤였고, 얼굴에 생긴 배 씨의 손톱 자국을 숨기기 바빴다. 배 씨가 피아노 의자로 윤 씨의 머리를 내리쳐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했다. 급기야 ‘매맞는 남편’이란 소문이 돌자 윤 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참다 못한 윤 씨는 2011년 12월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이 2013년 윤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악몽 같은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가정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폭력 남편’이 지목됐지만 이처럼 거꾸로 남편을 때리는 아내도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004년과 2014년 가정폭력 가해자를 분석한 결과 과거와 달리 아내들이 남편의 폭력에 맞대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가정 이미지. |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2014년 한해 서울가정법원과 부산가정법원, 서울중앙지검 등으로부터 상담위탁을 받은 가정폭력 가해자 93명을 분석한 결과 ‘폭력 아내’ 비율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가정폭력행위자 상담 통계(2014년 및 2004년과의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상담위탁된 가해자 중 남성은 77명(82.4%), 여성은 16명(17.2%)이었다.
남성이 63명(92.6%), 여성이 5명(7.4%)이었던 2004년과 비교하면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여성 비율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비율이 69.9%(65명)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2004년 91.2%(62명)에 비하면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남편의 폭력에 아내가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폭력은 11.9%(11명)로 2004년 2.9%(2명)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아내들이 과거 남편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것과 달리 최근 방어를 위한 맞대응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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