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창설 직후인 1946년 1월 24일 제1차 총회에서 ‘사무총장은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정부 직위를 맡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당시 채택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결의안 11(Ⅰ))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의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원국은 사무총장에게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되며 사무총장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반 총장은 연말 퇴임 이후 2017년 19대 대선에 나설 수 없다.
관건은 유엔 총회 결의안의 법적 구속력과 70년이 지난 현 상황에서 해석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유엔 총회 결의안은 권고적 성격을 갖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결의안 본문에 영어 단어 ‘should’를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약한 의미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적 문서에서 가장 강한 표현은 ‘shall’로, should는 굉장히 약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이 채택된 1946년 시대 상황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엔은 1945년 10월 24일 51개국의 참여로 창설됐다. 유엔 헌장은 ‘국제관계의 이해와 조화를 위한 중심지’라고 유엔을 규정할 정도로 중립성을 굉장히 중시했다. 2차 대전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들어선 유엔이 편향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해당 결의안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만장일치’라는 점 역시 냉전 이전인데다 제3세계 참여도 없었던 서방세계 중심의 유엔이었단 점에서 지금의 만장일치보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견강부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먼지 쌓인 문서라고 무시하기에는 정치적 의미에 따른 판단 문제가 남아 있다. 총회 결의가 채택됐으면 회원국으로서 결의를 이행해야 하는 정치적 의무를 지게 된다. 총회 결의에 유효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결의안의 정치적 의무 당사자는 사무총장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대해 정부가 효력 여부 등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결국 개인(반 총장)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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