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면목동에서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연 이모(59) 씨는 “일이 고되긴 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하던 일과 무관하고 버는 돈도 줄었지만 생계를 위해선 감수할 만하다고 했다. 어버이날에 특별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뭐 똑같이 일하는 거지”라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하는 어버이가 크게 늘고 있다. 취업이 쉽지 않은 자녀를 둔 5060 중노년층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영업이나 임시일용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어버이날인 8일에도 고단한 일터로 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연령별 취업자는 60세 이상에서 전년 동월 대비 25만 9000명(7.8%) 증가했다. 전월 대비 6만 4000명의 새로 직장을 구했다. 50대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6만7000명(2.8%)이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측은 “2016년 이후 취업자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60세 이상과 50대는 꾸준히 증가추세를 이어가며 취업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와 40대는 각 전년 동월대비 2만1000명(-0.4%)과 2만9000명(-0.4%)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취업자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50대와 60대가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빛좋은 개살구’다. 2017년 2월 취업자중 비임금근로자는 62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만9000명(3.3%) 증가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임금근로자는 1929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2000명(0.8%) 증가해 소폭 증가세에 그쳤다.
고용여건이 악화되면서 임금근로자에서 이탈한 50대 이상 구직자들이 자영업 창업에 나섰다는 의미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고령화로 취업자 중 고령층의 절대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되는 경향이 될 것이다”며 “임금근로자로 진입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도 쓰지 못하는 영세 1인 창업 쪽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특히 많다”고 했다.
그나마 생긴 일자리도 단시간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다. 2017년 2월 중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0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3000명(6.1%) 증가했다. 특히 사실상 백수 상태인 17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는 11만3000명(9.6%) 증가해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정 전문위원은 “거시 경제 지표상으론 경기가 약간 회복 국면이라 하반기가 되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비임금 근로자의 증가추세는 꺾이고 임금 근로자로 고령층이 들어온다 할 지라도 임시 일용직으로 들어올텐데 사회적으로 어떻게 커버를 할지, 내수에서 얼마나 회복세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