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라이프칼럼-류성창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필수교육과정의 범위, 어디까지인가
뉴스종합| 2017-12-26 11:39
교육계에서 논의되는 논쟁점 중 하나는 후기중등(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의무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인도는 만14세, 영국은 만16세까지 의무교육으로 해당 나이까지 필수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학년까지 총 9년간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교육과정 역시 9년의 교육과정을 공통교육과정이라 하여 의무교육 연한과 필수 교육과정의 연한을 맞추어 놓았다.

유럽 일부에서는 고등학교 3년간 역시 의무교육화하고 필수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기초교육의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화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의 공교육 발전과정에서 고등학교 3년에 해당하는 기간은 가급적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선택형 교육과정을 밟도록 하여 성인의 삶을 보다 직접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가 자리잡아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과정 역시 9년 필수교육과 3년 추가 선택형 교육과정을 적용해 왔다. 특히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3년을 완전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지정해 필수 교과목의 개념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반면, 현재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동안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개념의 교과목이 7개가 공통과목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필수 교육과정 1년이 포함되어 있는 형태의 후기중등 교육과정을 구성해 놓았다. 의무교육을 9년으로, 필수교육과정을 10년으로 설정해 다시 어긋나게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선택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으로 고등학교 3년을 선택이 가능한 기간으로 간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국가교육과정은 필수 교과목을 포함해 선택형 교육정책의 발목을 필수과목이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필수요건이 포함된 것은 현장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반고 재학생들의 경우, 개별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교과목을 설치하여, 기존 교과목은 따라갈 수 없더라도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자유롭게 개설하여 학생들의 미래준비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대안교육과정 등을 통하여 학교에서 놓치는 학생 없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교육이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가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틀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였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반드시 일정 수의 교과목을 이수하고 그 이후에 선택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선택의 폭을 상당히 제한해 놓은 상황이다. 기존의 학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은 여전히 필수교과목 수업 시간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인데, 그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학업에 더욱 관심과 흥미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의 학부모가 대학교육에까지 관여하는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교육문화는 20대 청년도 어린아이와 같이 대우하는 경향이 다소 있다. 보다 성숙한 시민의 육성을 위해서는 보다 이른 나이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어른답게 대우해 주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완전한 선택형으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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