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올해 처음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제일 먼저 지시한 것은 최저임금 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은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며“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올들어 큰 폭 오르면서 그 후폭풍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해고 등이 현실화되자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대료를 낮추고 고용보험 부담 완화를 제시했지만 그리 효과가 있을 것같지는 않다.
실제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되자 그 여파는 정부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하다. 편의점을 비롯한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은 곧바로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생활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가계 소득이 높아지고, 이게 소비확대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당초 의도와는 정 반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무턱대고 시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그 속도를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날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책은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의도마저 의심스럽다. 상가 임대료를 낮추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임대료 상승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인 건 옳은 얘기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보다 더 힘들게하는 임대료 상승이라며 최저임금 후유증에대한 비난의 대상을 건물주로 옮겨 촛점을 흐리는 건 다른 얘기다. 같이 검토되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납품 단가 인상 등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문제다. 설령 올해는 넘어간다 하더라도 내년, 또 1만원 인상 시한인 2020까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는데,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자칫 국정운영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재정으로 임금의 일부를 보전한다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과감히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의 ‘정부 흔들기’라는 여권 일각의 해석은 적절치 않다. 최저임금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고 현실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