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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 vs 넬슨 만델라 공통점..‘인빅터스’ 정신
뉴스종합| 2018-01-30 08:04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구덩이 속같이 어둡다/어떤 신에게라도 정복되지 않는 영혼을 내게 주심에 나는 감사하리라/가혹한 상황의 손아귀에서도 나는 움츠러들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으리/운명의 막대기가 날 내려쳐/내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도 나는 굽히지 않으리/분노와 비탄 너머에/어둠의 공포만이 거대하고/절박한 세월이 흘러가지만/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으리/지나가야 할 문이 얼마나 좁은지/얼마나 가혹한 벌이 기다릴지는 문제되지 않는다/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William Ernest Henley)의 시(詩) ‘인빅터스(Invictus)다. 이 시는 오늘날까지도 실패와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불멸의 시로 애송되고 있다.

‘인빅터스’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Nelson Mandela)대통령이다.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만델라는 27년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다. 그는 철창에 갇혀 있으면서도 ‘인빅터스’를 되뇌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지난 2015년 10월4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했다. 그는 ‘인빅터스’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수원시와 요하네스버그 시는 ‘생태교통’을 통해 도시혁신을 이뤄가는 전세계 도시들의 선도적 동반자가 됐다고 선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2015년 10월 염태영 수원시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한네스버그에서 생태교통 최초개최도시 시장자격으로 초청연설을 하고있다.[사진제공=수원시]

그는 세계 각국의 도시연대를 꿈꾼다. 지난 2002년 염 시장은 요하네스버그 WSSD회의에 한국측 대표로 참석해 도시 간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염 시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것을 끝까지 지켜가는 굴복하는 않는 의지를 실천하고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그린 시장’이란 닉네임을 갖고있다. 그린은 환경이다. 염 시장의 모든 정책 프레임은 환경을 정확히 관통하고있다.

염 시장은 “인류는 20∼30년 뒤 화석연료가 더 이상 유효하지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만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는 인구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고있고, 그 도시에서 전세계 80%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있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위기와 지구 온난화를 막기위해서도 자동차에 익숙한 도시체계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한다.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도 선보였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2015년 10월4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한네스버그에서 열린 생태교통페스티벌에 참석했다.[사진제공=수원시]

그의 첫 도전은 ‘생태교통페스티벌’ 이었다. 초창기 시민들의 격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염 시장은 도시교통의 대안뿐 아니라 낙후된 원도심을 정비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위해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밀어부쳤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도시교통문제를 보행 중심 도시교통체계로 전환하는 미래표준도시 모델을 만들기위해 동분서주했고 세계 각국 도시에게 메세지를 던졌다.

염 시장 생태교통은 수원시 행정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이 주도하고 주인공이다. 그만큼 주민서포터즈들의 열성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결국 생태페스티벌은 성공을 거뒀다. 마디바(넬슨만델라의 존칭)가 인종차별정책을 종식시켰듯이 생태교통 정책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염 시장은 “세계 어느도시가 시도하지 않은 생태교통 이슈가 도시재생을 넘어 사회통합으로 한단계 더 발전했다“고 밝혔다. 도전이고 개척자 정신이다.

사실 염 시장은 한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도시 외교 전도사’로 꼽힌다. ‘메이드 인 수원’을 전세계에 홍보하고있다.

염시장 행정혁신사례는 전국적인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시민참여 도시계획, 원탁토론, 시민배심원 등 다양한 행정혁신 사례는 다른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해갔고 제도화됐다.

그는 수원의 행정혁신 성공사례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도시들과 공유하고 싶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도시외교의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염 시장은 “수원시 만의 잠재가치를 발굴해 홍콩, 싱가포르, 뉴욕 등 세계 도시와 경쟁하고, 도시간 연대와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 시장 주도로 그동안 국가 간 소수에 의해 이뤄지던 외교 패러다임도 변했다. 대통령끼리 손을 맞잡으며 외교와 안보를 논하기보다 도시와 도시끼리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도시외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총과 칼’의 위협강도로 시작되는 전통적인 안보외교보다 문화를 비롯한 정책적 주요 관심사를 통해 연대하고 교류하는 도시외교 시대로 활짝 열렸다.

염 시장은 “중앙정부는 외교를 독점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지방정부의 도시외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간 외교가 활발해지면 국가 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고, 역할분담에서도 국가간 긴장 국면 속에서도 스포츠와 역사, 문화 교류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런면에서 중앙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시외교’를 지원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7년전 수원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도시외교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에 올인했다. 수원이 글로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시외교 강화’, ‘우수정책 국제적 공유 및 확대’, ‘국제기구 유치’라는 세 가지의 영역으로 나뉘어 계획을 추진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라는 관광자원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수원 방문 외국인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라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위해 세계 대도시들을 돌며 이미지 마켓팅도 펼쳤다.

경쟁력있는 수원을 만들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의 최신 기술, 사업 운영 노하우 등을 배우고 윈윈(win-win) 협력 체제도 조직화했다.

염 시장은 해외 도시를 잇따라 방문했다. 대표적인 도시가 ‘세계적 환경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다. 프라이부르크시의 만남은 201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2012 ICLEI 세계 총회에서 시작됐다. 디터 잘로몬 시장이 염태영 시장의 ‘생태교통수원 2013’에 대한 주제발표를 듣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2013년 4월 독일에서 열린 이클레이(ICLEI) 등이 공동주관한 ‘글로벌 타운홀’ 회의에 참석, 디터 잘로몬 시장과 환담을 통해 상호 교류사업을 추진키로 협의한 이후 양 도시는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환경, 도시, 교통 등 여러 분야의 벤치마킹과 교류를 이어갔다.

디터 잘로몬 시장은 2014년과 2015년 4월 수원시를 방문해 상호 교류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프라이부르크시의 환경정책에 대해 강연했다. 또한 2015년 5월 프라이부르크시 대표단이 수원시를 방문해 수원시의 생태환경과 전통문화, 첨단기술을 두루 경험했다.

드디어 2015년 4월20일 프라이브르크에서 두 도시 간 자매결연 의안이 통과돼 자매도시 결연이 확정됐다. 프라이부르크는 ‘1 국가 1 도시 자매결연’ 원칙을 고수해 국내에서는 수원시하고만 자매결연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15년 11월 3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카우프하우스 카이저 홀에서 공식적으로 자매결연을 체결 당시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염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는 인연을 맺는다는 것을 ‘결혼’으로 비유하는데 독일의 대문호이자 철학자인 니체는 결혼, 그것은 하나를 만들려고 하는 두 사람의 의지이고 동시에 결혼생활은 긴 대화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니체의 표현처럼 하나를 만들려는 양 도시의 의지이자, 대화를 통해 공동번영을 이어가기 위한 ‘결혼식’이고, 곧 두 도시의 다짐이자 약속”이라고 말했다. 

염 시장은 디터 잘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잘로만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1960년생 동갑내기인 데다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ICLEI(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지방정부 네트워크)라는 지자체 환경협력국제단체의 집행위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환경운동가로서 시위에도 참여했다. 디터 잘로몬 시장은 1975년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에서 출발해 녹색당을 탄생시키는데 앞장 섰고,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됐다. 염시장 역시 수원환경운동센터를 만들고, 지역환경운동을 벌였다. 푸른경기21, 전국의제 등의 활동을 거쳐 참여정부 때 지속가능성 비서관을 지낸 뒤 수원시장으로 당선됐다.

정책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다. 디터 잘로몬 시장은 프라이부르크에 태양열 주택, 보봉 친환경주거단지, 친환경 대중교통 트램과 대중교통 환승체계 조성,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 등 다양한 정책을 폈다. 염 시장은 수원천 자연천으로 복원, 도시재생(원도심 활성화), 태양열 주택 지원, 트램 도입 추진, 수원민자역사 대중교통 환승체계 구축, 탄소저감정책, ‘생태교통페스티벌 수원 2013’ 개최 등을 펼쳐왔다. 디터 잘로몬은 1996년 덴마크 올보르를 보고 프라이부르크 선언과 헌장을 만들었고, 1992년 리우 선언을 약속했다. 염 시장은 지난 2011년 환경수도 수원 선언을 통해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독일 프라이부르시와의 자매결연을 시작으로 수원은 대한민국을 넘어 도시외교 외연을 확장중이다. OECD 포용적 성장을 위한 챔피언 시장 연맹에도 참여했다. ‘OECD 포용적 성장 도시 캠페인’은 OECD가 주도하는 캠페인으로 ‘챔피언 시장’ 간 연맹을 통해 포용적 성장 확산을 도모하는 캠페인이다. 챔피언 시장은 OECD가 선정한 도시 불평등 완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을 말한다. 챔피언 시장은 전 세계 각 도시 45명이 선정됐다.

염 시장은 세계지방정부협의체(ICLEI) 세계집행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클레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방정부 세계총회’에서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87개국 1200여개 자치단체와 관련기구가 회원으로 가입돼있다. 아시아태평양도시협력기구 CityNet 집행위원 도시, 세계화장실협회 회장도시로 선정됐다. 아시아 인간도시 포럼 개최 도시, 유네스코 세계성인교육회의 중간회의 개최도시,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개최도시 등으로 세계도시들과 연대하고 협력하고 있다.

염 시장은 수원의 미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메이드인 수원(MADE IN SUWON)’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세일즈를 펴고있다. 그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고 세계 유명 도시 시장들과 당당히 도시를 세일즈한다. 그는 “더 이상 수원에 갇히거나 지방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해외로 진출해 수원을 직접 세일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 여자아이스하키팀 창단을 발표하고있다.[사진제공=수원시]

수원형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 대표적이다. 과거 선진국들의 도움을 통해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한국은 현재 각 방면에서 국제 원조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지방정부 가운데는 수원시가 제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캄보디아, 몽골, 미얀마, 네팔, 라오스 등지에서 공공원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지진으로 척수 손상환자들이 몰린 네팔 척수장애인재활원에 코이카와 함께 쉼터와 척수손상장애인 전용 화장실 건립, 흙바닥 교실에서 공부하는 라오스 폰캄 마을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 캄보디아 시엠립 주에 프놈끄라옴 수원마을과 수원중고등학교 건설, 황사방지를 위한 몽골 에르덴 솜 지역 나무 식재사업 등이 그것이다. 염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화장실협회의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건립사업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가나·케냐·라오스·몽골·캄보디아·방글라데시 등 아프리카·아시아 개발도상국 15개국에 공중화장실 30개소를 건립했다. 사업비는 수원시가 모두 부담했다. 캄보디아는 시골 마을 학교 이름를 ‘수원 중·고등학교’로 지었다. 그는 ‘정치적 쇼’라는 일부 논란에도 지난 23일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을 선언했다. 국내 최초다. 염 시장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평화유산”이라며 “수원시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수원시청 여자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고자한다”고 했다. 그가던진 아이스하키팀 창단 메세지는 ‘통일’이다. 만델라는 럭비로 분열된 온국민을 하나로 뭉치게했고 , 염 시장은 아이스하키로 ‘우생순의 신화’와 갈등을 넘어선 통합을 꿈꾼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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