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삼바에피스와 유사
회계는 유동적, 기준준수 중요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금융감독원과 삼성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논란의 정점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이 있다는 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실 회계(accountancy)는 ‘기준’을 지키는 선에서는 꼭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마침 삼성물산 등은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24.1%를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에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말 삼성물산이 장부에 반영한 지분 20.05%의 가치는 2749억원이다. 매각예정 가격(8000여억원)보다 한참 낮다. ‘가치’란 때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2014년 삼성물산 등이 한화로 넘긴 삼성토탈(현 한화토탈)은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이 주식도 50대 50으로 소유했고, 이사회도 동수로 구성했다. 공동경영체제의 비상장 회사라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꽤 닮았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50%-1주 매입권한과 이사 절반 선임권을 가졌다면 적어도 ‘잠재적 공동경영’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물론 회계상 ‘공동기업’ 반영 시점은 논란이 치열해 판단을 유보하자.
2014년말 전 삼성종합화학 장부에 ‘관계기업’으로 반영된 삼성토탈 지분가치는 1조2805억원이다. 당시 삼성토탈 순자산(2조5460억원)의 절반이다. 삼성토탈의 결산실적은 삼성종합화학 손익계산서에 지분법으로 반영됐다. 2015년 5월 삼성물산 등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2%를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에 1조309억원에 매각한다. 매각가격은 1조309억원이다. 2014년말 삼성종합화학의 순자산은 1조8080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분 57.62% 가치를 계산하면 1조418억원이다.
보통 시가에 30~50%가량 얹어지는 경영권 ‘웃돈(premium)’을 감안할 때, 전년말 순자산가치보다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매각한 셈이다. 근거는 무엇일까?
이해 삼성토탈은 매출 8조7914억원에 9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에는 매출 7조8574억원에 4151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분 절반을 가진 삼성종합화학은 매출 1조731억원에 23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예상된’ 실적악화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준 모양새다.
다만 한화토탈은 2015년 이후 매출액은 8조2738억원, 8조1853억원, 9조6775억원으로 성장하고, 순이익은 5157억원, 1조701억원, 1조1029억원으로 급증한다. 같은 기간 한화종합화학 역시 매출은 1조5682억원, 1조8101억원, 3조393억원으로 수직상승하고 순이익도 2388억원, 4964억원, 5469억원으로 치솟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1조6600억원 파라자일렌 생산시설 투자효과 때문이다. 결국 2015년 매각 당시에는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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