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연대로 불합리 규제도 개선
척박한 수출환경 활로 여는 역할
벨기에·호주·카타르 등 협력 성과
우리기업이 수출할때, 타국 현지에서 비즈니스할때 우리 정부가 그 나라 정부와 선제적으로 협력해 두는 일은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 G2G는 우리 기업을 춤추게 한다. 사진은 한국 호주 정부 간 종이없는 식품무역시대를 연 전자위생증 업무 협약(위부터), 지난 3월 방한해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하고 있는 벨기에 제약 바이오 사절단. 사우디 왕세자 방한에 맞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컬쳐위크.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때 힘들어 하는 한국의 어려운 계층을 다독이고, 한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연설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교황은 의전차량으로 기아자동차의 ‘쏘울’을 타고 다녔다. 쏘울은 이후 ‘교황이 타는 차’라는 별명을 얻으며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EU의 중심인 벨기에 필립 국왕은 지난 3월26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벨기에 국왕은 자국의 주무기인 제약 바이오 분야 CEO 50여명을 함께 데려와 급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업계와의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0여일 뒤 한국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이사회에서 의약품 관련 제조ㆍ품질관리기준(GMP) 서면 확인서 면제 국가인 ‘EU 화이트리스트’에 세계 7번째로 등재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스웨덴 방문 중 이 나라 대표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등에 7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데 중요한 후광(後光)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후광 효과는 기업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일을 성취시킨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알려졌어도 해외에 나가면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어 막막한데, 어디선가 백마 타고 오는 도우미는 바로 정부이다. 과거 우리의 외교는 국제정치적 안정을 약속 받거나 정치인-외교관 끼리 친하는 것으로 끝났는데, 요즘엔 산업경제계를 지원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26~27일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중동과 인근 지역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희색하고 있다.
왕위계승자로는 21년만에 한국에 오는 빈 살만 왕세자는 건설, 에너지, ICT, 친환경 자동차, 보건, 의약 등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산업계가 “우리도 열심히 노력할테니 정부도 G2G(정부간 채널)를 통한 수출지원, 우호적 현지투자환경 조성 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에 정부가 화답하고 있다.
정부가 노력하니, 남의 나라 규제까지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고칠수 있었다. 깐깐한 나라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연대해서 규제 개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술표준원은 지난 17~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 참가해 12개국 규제당국자와 품질-안전 인증, 에너지 효율 등 해외 기술규제 28건에 대해 양자협의를 실시, 중국, EU, 페루, 코스타리카, 걸프지역국, 쿠웨이트, 베트남 등 7개국 12건의 규제 개선 또는 시행유예 등 합의를 이끌어 냈다.
식약처는 아세안(ASEAN) 국가와의 의약품 분야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의약품의 현지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4~28일 아세안 9개국 의약품 분야 규제당국자 18명을 초청,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협력도 당부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25~26일에는 충북 오송 식약처 본청에서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홍콩을 회원사로 둔 ‘생약규격국제조화포럼(FHH) 회의’를 열었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WHO/WPRO)도 동참하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생약 규제의 공감대 확산을 주도했다.
잠재시장 확대를 위해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국가 간 친밀도를 높이는 공적개발원조(ODA) 초청연수도 한다. 24일부터 오는 7월 5일까지 서울과 충북 오송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화장품 분야 ODA 교육과 협력활동을 벌인다.
24일에는 호주 캔버라에서 이 나라 농무부(DA)와 ‘전자위생증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거래 당사자가 직접 종이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방한때 대규모 조선해양 발주 및 협력, 스마트 그리드 기술 협력, 보건, 의료, 농ㆍ수산업 등 분야 협력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벨라루스 정부사절단과는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행사를 하며 협력을 약속하는 등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소속돼 있던 10여개국과의 바이오 분야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제 G2G 공공부문의 국제 세일즈는 제약 바이오를 비롯한 한국 산업의 글로벌 도약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