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특혜 문제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진영논리 이외엔 어떤 주장도 발붙이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면서 말도 안 되는 과잉논리까지 나온다. 이젠 아예 핵심에서 너무 벗어나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정도다.
그 중 최고는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16일 발언이다. 그는 “국방부가 휴가 연장은 구두승인으로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서씨는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편들기도 이 정도면 답이 없다. 그가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수행할 만한 판단과 언어구사 능력을 지녔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든다. 발언이 논란을 불러오자 논평을 수정하고 사과했지만 덮어질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이리 커진 이유는 조국 사태로 재미를 본 야당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만은 아니다. 추 장관 본인과 그를 비호하려는 정치인들의 헛발질이 화를 키워온 측면도 있다. 처음부터 “아픈 자식 생각하는 안타까운 모정이 불러온 실수”라고 사과했으면 일은 훨씬 간단하게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럴 국면을 넘어섰다.
이번 일을 놓고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불공정한 케이스가 있다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친문 지지자들의 집단 항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모범답안’을 ‘내부총질’로 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다. 그건 공정과 관련된 일이다. 법과 규정의 잣대로만 잴 수는 없다. 오히려 도덕성에 더 큰 비중이 있다. 공판 과정에서 묵비권으로 버티는 조국 전 장관과 마찬가지 성격이다. 사병의 휴가 연장이 선임병과 부사관 장교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면 불법이 아니더라도 지휘명령체계에 혼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할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여론에 떳떳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부작용은 군과 사회에 차곡차곡 쌓여 국력 상실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명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감추기에 급급하던 국방부 장관 휘하의 군 장교들은 지휘체계의 권위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기강의 엄정함이 사라진 군대에 명예는 없다. 명예가 없는 군대엔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안그래도 툭하면 경계 소홀로 구멍 숭숭한 군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