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코스피200·코스닥150 공매도 재개
코스피200, 시총 88%·공매도 잔액 94% 차지
공매도 잔고비중 상위, 외국계 은행 등이 대량보유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정부가 코스피200 지수, 코스닥150 지수에 속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하는 ‘부분적 재개’를 발표했지만 이들 종목이 공매도 잔고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전면 재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놀이터’라는 상황이 여전한 상태에서 공매도가 재개됨에 따라 정부와 개미(개인 투자자)들 간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속한 중·대형주의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두 지수는 한국거래소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종목 가운데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선정해 지수화한 것이다. 코스피200은 산업군별 일평균시가총액이 큰 순서로 누적 시가총액이 해당 산업군 전체 시가총액의 85% 이내이고 일평균거래대금 순위가 해당 산업군 종목수의 85% 이내인 200종목, 코스닥 150은 누적 시가총액인 60% 이내, 일평균거래대금이 80% 이내인 150종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전체 시장이나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금융위와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은 코스피 전체 종목 수(917개)의 22%지만 전체 시총(2060조원)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150도 전체 종목 수(1470개)의 10%에 불과하지만 시총 비중은 전체(392조원)의 50%다.
코스피200이 코스피 공매도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7일 기준 94.4%로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다. 코스닥150 역시 코스닥 공매도 잔액 내 비중이 74.5%에 달한다.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만 봐도 공매도 재개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가 거의 전부다. 1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잔고 비중 1위인 롯데관광개발부터 2~4위인 두산인프라코어, 셀트리온, 호텔신라까지 모두 코스피200 포함 종목이다. 8위 삼성중공업과 10위 LG디스플레이도 코스피200에 속해 있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10위 중엔 케이엠더블유, 에이치엘비, 국일제지, 톱텍, 헬릭스미스, 상상인, 네이처셀 등 7종목이 코스닥150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공매도가 여전히 외국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종목의 잔고 대량보유자를 분석한 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대량보유 보고 의무자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전부 외국계 은행이 대량보유자로 파악됐다.
코스피 잔고 비중 1위 롯데관광개발은 영국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과 스위스 유비에스에이쥐가,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언급한 셀트리온은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가 대량보유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공매도 전면 재개라고 반발하며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먼저 개인과 기관·외국인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 전 개인의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자금력 등의 차이로 실제로 참여하는 개인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전 10거래일간 공매도 거래대금을 보면 외국인이 50.21%로 절반 이상을 점했고, 기관이 49.13%를 차지했다. 개인의 비중은 0.66%에 불과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이후 대형주들의 개인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라 개인에 미치는 여진은 더 클 수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 공매도가 재개되는 종목은 약 350개이지만 시장 전체의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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