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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개 모든 학과에 AI 접목...‘AI+x’ 인재를 키운다”[피플&스토리-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뉴스종합| 2021-11-19 11:08
지난 53년간 270만여명의 대한민국의 ‘산업 역군’을 육성해 온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 3월 조재희 이사장 취임 이후 ‘AI(인공지능)+X’ 인재 양성 선도 기관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조 이사장은 “알파벳이 지구촌을 점령하는 시대가 가고, AI가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드는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변화’는 원하든 원치 않든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라는 단어는 양면을 지닌다. 새로움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 단어는 설렘 그 자체다. 반면 기존 체제가 익숙한 이들에게 변화는 위협이다. 그래서 변화는,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이 ‘공정한 노동전환’을 위해 마찰음 없는 변화를 고민하는 이유다.

폴리텍대학은 지난 53년간 270만여명의 ‘산업 역군’을 육성해왔다.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기계, 산업설비, 금형분야의 기술자들이다. 이들 270만여명은 제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도 안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중화학 공업을 주력 산업으로 키워냈던 1970년대,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등의 산업이 크게 성장한 199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인공들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격랑이 몰아치는 지금 조 이사장은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 인공지능(AI)을 접목시켜 폴리텍대학을 우리나라 기술교육의 미래를 선도하는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다.

▶조재희의 해법은 ‘AI+x’... “폴리텍 246개 학과에 AI 접목”=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란 또 한 번의 중대 변혁기를 맞이했다. 중요한 것은 마찰음 없는 변화다. 고려대에서 노동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4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창립멤버로 노동정책을 연구한 내로라하는 노동전문가인 조 이사장은 이른바 ‘AI+x’라는 인재양성 체계로 노동시장 내 충돌이 불가피한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을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AI+x는 인공지능(AI)을 기존 산업기술(x)에 접목해 기술혁신을 촉진시킨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난 반세기 폴리텍대학이 진행했던 기계, 전기 등 뿌리 제조기술 교육이 하드웨어라면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빅데이터라든지 사물인터넷(IoT) 등 AI 기술이란 소프트웨어를 폴리텍대학에 개설된 246개 학과에 접목시킨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환경을 구축하는게 1차적인 목표이고, 현재 실행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국민의 일자리 특화대학’...“학령인구 감소, 우려보단 기회”=조재희 이사장이 이끄는 한국폴리텍대학의 또 다른 이름은 ‘국민의 일자리 특화대학’이다. 전국 40개 캠퍼스에 246개 학과를 개설해 연간 10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국책대학인 폴리텍은 2년제 학위과정, 공학사 학위과정(야간 2년) 등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근로자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뿌리기술 분야부터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기간·전략산업, 인공지능(AI), 핀테크,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교육의 최전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폴리텍이 ‘국민의 일자리 특화대학’이란 별칭을 얻게 된 건 청년 뿐 아니라 직무능력 향상을 원하는 재직자, 재취업에 나선 신중년·경력단절여성 등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많은 대학이 학령 인구 감소를 우려하지만 조 이사장은 “우려보단 기회”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학령인구 감소 뿐 아니라 산업동향과 일자리 변화를 오히려 대학의 혁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폴리텍은 기존 학제의 정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학과 신설·개편을 통해 시대변화에 대응하는 ‘탄력성’이라는 다른 대학이 꿈꿀 수 없는 강점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졸업생 열에 여덟 취업성공, 취업유지율? “90%!”=조 이사장은 특히 학과 신설·개편에 따른 폴리텍 만의 강점이 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타 대학들의 경우 학과를 신설할 때 필요한 투자 여력이 없지만, 국가 지원을 받는 폴리텍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실습 등에 필요한 각종 장비 등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학과가 바로 포항캠퍼스에 전국 최초로 설립되는 이차전지융합과다. 이차전지는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드론 및 도심 항공교통(UAM) 등 유망 산업의 핵심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일반대학에서 이런 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폴리텍 만이 설립이 가능한 학과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선 폴리텍대학 출신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제 폴리텍대학의 학위과정 취업률은 80.3%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얻은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지다. 하지만 조 이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인지 취업의 내실을 보여주는 것은 취업유지율”이라며 “학위과정 취업유지율은 90.1%에 달했고, 올해 3월 전문기술과정 수료생 역시 취업유지율이 87.1%(취업률 73.6%)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9월부터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우리 졸업생들과 함께 출연해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졸업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건국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를 수료하고 박사 과정 중에 빅데이터 분야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서울강서캠퍼스 스마트금융과에 입학해 10개월 만에 취업까지 성공한 김재영씨 등 벌써 9명의 졸업생과 방송에 함께 출연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다면, 인생 2막 폴리텍에서 설계=조 이사장은 가속도가 붙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구 고령화에도 폴리텍이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폴리텍이 제공하는 교육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TV 드라마 ‘야인시대’의 작두역으로 유명한 35년차 배우 황덕재씨는 올해 남인천캠퍼스 신중년특화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최근 폴리텍에서 자동차정비 전문가를 꿈꾸며 기술을 배우고 있다.

조 이사장은 이를 넘어 퇴직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데 애쓰고 있다. 최근 폴리텍이 KBS, KT와 맺은 재직자, 전직 희망자 훈련 업무협약이 그 첫 성과다.

조 이사장은 “KBS, KT 퇴직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성공 모델로 삼아 향후 신설하는 ‘이직·전직 지원 훈련’에 적용할 것”이라며 “전국 캠퍼스를 중심으로 지역별 전환대상 사업장의 훈련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기존 성공 사례를 따르며 성장해온 시기는 갔다”며 “기술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리텍대학은 신기술 적응과 생애 직업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교육훈련기관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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