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헤럴드뷰]‘영끌’ 2030 가계부 보니…“월급중 이자만 100만원, 이제 ‘한턱’ 금지”
뉴스종합| 2022-12-09 09:48

[헤럴드경제=박혜원·배두헌·김영철 기자] # 직장인 김혜림(28·가명) 씨는 지난 2020년 1억6000만원의 전세대출을 받아 서울 금천구에 2억8000만원짜리 집을 얻었다. 전세대출이자는 월 5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월 납부이자가 71만원이 됐다. 매월 20만원 이상이 통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며 가장 먼저 줄어든 건 식비다. 김씨가 헤럴드경제에 보낸 가계부를 보면 이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대신 지난 3월 39만원이었던 식비가 11월 24만원으로 쪼그라드는 등 필수적인 지출을 줄였다. 김씨는 “식사자리에서 지인들에게 한턱을 내곤 했던 습관을 없앴다”고 했다. 얇아진 지갑에 가계부를 쓰기가 두려워졌고 즐기던 취미활동도 ‘사치’가 됐다. 영상촬영‧편집 등 자신의 취미활동에 쓰던 비용을 줄이고, 연극 관람이나 지인들에게 줄 선물 구입에는 지갑을 닫게 됐다.

미국발(發) 금리인상 속에 주택자금대출을 받은 20·30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많게는 2배까지 늘어난 이자에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8개월 만에 월 이자가 42만→85만원으로…취미 줄였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지영(26) 씨의 가계부도 김혜림 씨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김씨는 지난해 전세대출 2억2000만원에 자비 3000만원을 더해 2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전세로 구했다. 올 3월만 해도 월 42만원이던 대출이자는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시점인 4월에 47만원, 5월엔 58만원이 됐다. 조금씩 오르던 이자는 지난달엔 85만원까지 올랐다. 3월과 비교해 매월 통장에서 43만원씩 더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김씨는 본격적으로 생활비 감축에 돌입했다. 김씨는 “처음엔 10만원 정도 차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난달엔 버티지 못하고 목돈을 써서 이자를 냈다”며 “12월엔 옷과 화장품을 덜 사고 최대한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며 식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주담대 대출자도 신음…“집 살 때는 변동금리가 훨씬 낮았는데”

고정금리상품이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영끌족의 신음도 커지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김진우(37·가명) 씨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올 6월까지만 해도 금리는 2.45%, 이자는 월 25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 들어 이율이 4.32%로 재산정되며 이자비용이 월 47만원까지 치솟았다. 다달이 나가는 돈이 2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김씨는 “집을 살 때만 해도 변동금리이자가 훨씬 낮았는데 이렇게까지 오를지 몰랐다”며 “앞으로도 금리가 더 오른다는 얘기가 있더라.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생활비는 이미 줄였다. 김씨는 “물가도 많이 올라 한 달에 3번 장을 보던 것도 2번으로 줄이고, 대형마트 가던 걸 집 앞 슈퍼마켓으로 간다”고 했다. 자녀 둘을 키우는 김씨는 매월 나가는 자녀학원비를 줄일까도 생각했지만 아내가 반대하면서 이제는 부업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직장인 김진우(37·가명) 씨가 은행에 납부 중인 주택담보대출 월이자 내용. 지난 6월 2.45% 금리로 25만원가량이던 월이자액이 7월 들어 4.32%로 재산정되면서 월 47만원가량으로 급등했다. 김씨는 매월 20만원 이상 늘어난 이자비용 때문에 외식비와 아이교육비를 줄이는 등 긴축 재정에 돌입했지만 물가마저 크게 올라 가계부 쓰기가 두렵다고 했다. 김씨는 “집을 살 때만 해도 변동금리가 훨씬 저렴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렇게까지 금리가 오를 줄은 몰랐다”며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진우 씨 제공]

직장인 박모(30) 씨도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지난달 2억2000만원 대출을 받아 소형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이 이어진다는 관측이 많아 걱정이 크다. 박씨는 현재 한 달 월급 307만원 가운데 95만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박씨는 “다음달부터는 웬만하면 술약속도 잡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한경연 “영끌족 한계상황 우려”

이자 부담이 급등하면서 영끌족의 한계상황도 우려된다. 지난달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을 보면, 국내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은 올해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최소 17조4000억원가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경연은 이로 인해 가계대출 연체율도 0.56%에서 1.0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영끌·빚투’족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최종금리 수준을 3.5~3.75%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 0.25%포인트 인상에서 시작된, 사상 최초의 ‘6연속’ 인상이다. 전세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3.98%로, 역대 최고 수준을 돌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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