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층 아파트 18층 증축 계획, 공사비 5400억 강남권 최대 리모델링 사업장이었지만
시공 계약 해제 책임 두고 법적 공방…결국 ‘부적합’ 판정 받으면서 사업 좌초
법원 “건설사 측 귀책사유 없어”, 주택조합이 건설사에 112억 배상 확정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 강남권 최대 규모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로 주목 받았던 ‘대치 2단지’가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에 112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시공 계약이 해제된 것을 두고 주택조합과 건설사가 책임 공방을 벌였는데, 건설사가 승소했다. 해당 1심 판결에 대해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판결이 확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37민사부(이상원 부장)는 대치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에 45억7473만4507원을, DL이앤씨에 66억7106만8217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합도 건설사를 상대로 맞소송(반소)을 냈지만 이에 대해선 기각했다.
재판의 쟁점은 ‘계약이 해제된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 였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한때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사업이었다. 기존 15층 1758가구를 최고 18층 1988가구 규모로 재탄생하는 사업으로 공사비가 5400억에 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2021년 6월, 정기총회를 열어 두 건설사에 대한 시공 계약 해제를 의결했다. “건설사가 요청 사항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왔다”며 “사업비 대여 의무 등을 소홀히 했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건설사 측은 “계약이 해제된 것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설사가 피고 조합의 요청에 따라 단지 내 홍보관을 설치했고, 담당자를 추가로 충원해 리모델링 책임 임원과 면담을 수시로 가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업비 대여 의무’에 대해서도 “건설사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합 측에서 사업비 대여를 독촉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건설사가 이를 부당하게 거절하고 과도하게 지연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어 “건설사는 증빙자료 등을 검토한 뒤 실제 112억 상당의 사업비를 대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설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건설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고, 오히려 조합이 건설사에 대여한 사업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계약서엔 “시공 계약이 해제된 경우 조합은 건설사의 사업 경비, 이미 들인 공사대금 등을 즉시 정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주택조합과 건설사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한편 소송 진행 과정에서 조합은 새 건설사를 선정했지만 결국 사업은 좌초됐다. 지난해 9월 수징증축 공법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게 암초였다. 더욱이 내부적으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주민들 간 갈등까지 번졌다. 결국 새 건설사도 시공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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