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시민들은 “이 플래카드의 정체가 뭘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마디씩 던진다.
이 플래카드는 ‘조선소년군’ 창설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중앙고등학교 동창모임인 관산회에서 만든 것.
조선소년군은 일제강점시기인 1922년 관산 조철호 선생이 중앙고등보통학교(현 중앙고)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중앙고보 학생 8명을 대상으로 만들었다. 플래카드의 제일호대는 이 때 만든 중앙고보 경성제1호대를 의미한다. 같은 해 창설한 소년척후단과 함께 대표적인 어린이, 청소년 운동단체로 명성을 높이다가 1937년 일제에 의해 강제해산됐다.
광복 이후 소년척후단과 통합해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으로 재결성됐고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초기 휘장과 함께 ‘준비’라는 한글이 새겨져있다. 이는 조선소년군의 구호로 ‘언제든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플래카드 좌측에는 태극마크와 무궁화꽃이 있는데 1937년 강제해산 당시 일제가 이 마크와 한글이 새겨진 항건(목에 두르는 스카프)을 빌미로 해산시켰다.
관산회 관계자는 “관산 조철호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현재까지 300여명의 중앙고 동문들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번 창설 90주년을 기념해 처음 만들어진 깃발을 그대로 복원해 10월초부터 게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플래카드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문의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기념관은 개관 25주년 및 조선소년군ㆍ소년척후단 창설 9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31일까지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기증한 자료를 비롯해 여러 자료 기증자가 기증한 조선소년군ㆍ소년척후단 관련 원본자료 9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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