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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이런 식이면 하지 말자
생생코스닥| 2012-12-05 11:22
18대 대선 후보간 첫 토론
실수 연발·상대방 비방 일색
기계적 형평성에 토론 퇴색
부동층 수 늘리는 역효과만



어제 18대 대선 후보들 간의 첫 번째 TV토론이 있었다. 많은 이들은 TV 토론이 지지율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에서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1997년 대선을 보면 12월 한 달 동안 1, 7 ,14일 세 차례 TV토론이 있었다. 첫 토론 직전인 11월 29일 김대중 후보는 33%, 이회창 후보는 29%, 이인제 후보는 16%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토론 이후인 12월 6일의 여론조사를 보면 김대중 32%, 이회창 25%, 이인제 1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니까 토론 전후의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후 두 차례의 TV 토론 전후의 지지율 변화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박빙을 이뤘던 2002년 대선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대선후보 TV토론은 12월 들어 3, 10, 16일 세 차례 있었다. 12월 2일 당시 지지율을 보면 노무현 43%, 이회창 37%, 권영길 4%였다. 그런데 TV토론 직후인 12월 5일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 41%, 이회창 36%, 권영길 6%였다. 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토론을 전후한 지지율 변화는 미미했다. 이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TV토론이 지지율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이번 토론은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TV토론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보는 것은 이미지다. 즉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책 내용보다 그런 주장을 하는 태도와 몸짓 등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주기 위해서는 존재감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미지는 고사하고 존재감마저 보여주지 못한 후보는 바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는 생각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난번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회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가 역풍을 맞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토론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종북 논란의 원조 격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신중함을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문 후보는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채 토론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도 이번 토론에서 승자라고 보기 힘들다. 정당 이름도 헷갈리고 의원 이름도 성을 바꿔 불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책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워낙 강력히 공격했기 때문에 오히려 동정심을 자아낼 수는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부는 이 후보가 승자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나는 여기에 찬성할 수 없다. 공격자일 뿐 토론에 임하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주장은 없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급급한 모습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정도다. 특히 박 후보에게 했던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말은 오히려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을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 후보는 토론회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은 했을지 몰라도 토론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번 TV토론의 방식은 유권자에게 판단의 제대로 된 근거를 제공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도대체 이런 방식의 토론 가지고 무슨 정책을 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TV 토론의 본래적 의미가 기계적 형평성에 의해 사라졌다는 말이다. 형평성만을 추구하는 이런 식의 TV토론은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두 번의 TV토론이 남아있지만 이런 식으로 한다면 오히려 부동층의 수만 늘릴 뿐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대선 후보들 간의 토론을 기대했던 유권자의 입장에선 정말 실망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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