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위크엔드] 해외주식 비중 늘리고 채권투자는 축소…수익률 높이기 ‘사활’
뉴스종합| 2013-11-15 11:10
3대 연금 해외주식 수익률 15%
사학연금 해외투자비중 2배 늘리고
국민연금 올 17건 해외부동산 취득
CIO 3人 ‘자존심 경쟁’도 흥미진진
일부선 투자리스크 우려 시각도


연기금 고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3대 연기금(국민연금ㆍ사학연금ㆍ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각 단체들은 기금운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수익률 향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와 국내 주식시장의 정체가 지속되면서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수익률 경쟁 치열…‘3인 3색’ CIO도 주목=3대 연기금은 올 들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수익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사학연금의 올해 누적수익률은 3.44%로 3대 연기금 중 1위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이 3.1%로 2위를 달리고 있고 국민연금은 2.81%로 뒤처졌다. 앞서 8월에는 3대 기금이 모두 2%대에 머물렀지만 한달 사이 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연기금의 수익률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저조하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지난해 각각 6.99%, 6.42%의 수익률을 올리며 선전했다. 올해는 채권과 주식 부분의 수익률 부진이 뼈아프다.

국민연금에서 가장 많은 자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의 경우 지난해 6.17% 수익률에서 올해 1.65%까지 내려앉았다. 주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작년 주식에서 10.06%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올해는 5.5%에 머물러 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올해 주식에서 각각 2.84%와 0.5%의 수익에 그치며 더 부진하다. 다만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공무원연금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공무원연금은 작년 대체투자 분야에서 10.3%의 손실을 기록, 손해액이 651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수익률 6.3%로 3대 연기금 중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이달 초 선임된 ‘400조원의 사나이’ 홍완선 국민연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하나은행 신탁본부장과 부행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투자 업무에 밝고 조직관리가 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사학연금 최초로 내부 승진을 거쳐 CIO 자리에 올랐다. 공단의 자금 운용성과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1년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유승록 공무원연금 기금운용단장은 하이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 공무원연금 기금운용 단장에 임명됐다.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운용역 등을 두루 거쳤다는 평가다.


▶해외 주식ㆍ대체투자 비중↑…“리스크 주의해야”=3대 연기금의 자산구성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해외 주식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국민연금의 올해 해외주식 수익률은 9월 말 15.02%로 모든 자산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해외 주식에서 각각 14.37%와 17.95%의 수익을 올렸다.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데다 3대 연기금이 국내 주요 기업의 지분을 대부분 10%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오는 2018년까지 국내 채권비중을 60%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국내주식을 20%, 해외 주식 및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학연금도 해외 투자 비중을 2017년까지 현재(6%)보다 2배 이상 높은 16%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조직개편에서 해외투자팀이 신설된다. 공무원연금 역시 2018년까지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채권은 4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2006년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이래 영국 런던의 HSBC 빌딩과 개트윅공항 등을 인수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17건의 해외 부동산 계약을 진행하며 ‘글로벌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사학연금도 올해 6개 기관과 공동으로 2000억원 규모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갈릴레오 빌딩을 사들였다.

하지만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이 미국 출구전략 우려 등 각종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고 투자 이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자산 규모는 운용실적과 상관없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복지확대 논의에 따른 ‘정치 리스크’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국민연금처럼 한 주체가 막대한 자산을 굴리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면서 “위험자산에 투자한 자금이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면 이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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