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세계 정유산업은 구조조정中...한국도 M&A등 필요
뉴스종합| 2015-02-04 10:06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전 세계 정유산업은 지금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있다. 중국과 인도, 중동 등지의 다크호스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첨단설비로 무장한 가운데, 기존 정통 석유정제국가였던 일본과 호주, 유럽이 노후한 설비 폐쇄에 돌입했다.

SK에너지 김준 에너지전략본부장은 “이제 전 세계 정제업체들이 피말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시장환경이 유사한 일본은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돕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까지 정유설비 고도화비율을 13% 이상 준수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전체 원유정제량은 2009년 4.8MMB/d에서 지난해 3.7MMB/d로 줄였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저연비 자동차 보급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20% 감소하자, 정유사와 주유소간 출혈경쟁 부작용이 속출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일본 정유업계 2위사 이데미츠흥산이 5위사인 쇼와쉘석유 인수를 검토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민간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한편, 2017년까지 설비 활용, 원료 조달, 수출에서 정유사간 협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유럽 정유업계도 설비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에너지효율화,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자 노후설비 중심으로 공장전원을 내리고 있다. 지난 2008~2013년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폐쇄한 원유정제설비 규모는 18억9800만배럴(일)에 이른다. 


한편으론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신흥국들이 무섭게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를 자원개발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민간기업과 함께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개발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위축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 중 아프리카 비중이 23%까지 올라갔다. 한국과 일본이 원유도입량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데 반해, 중국은 중동물량이 51%에 불과하다. 원유도입선을 다변화하면 원유수출국과 협상력을 강화하고, 원유도입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인도는 중동과 아프리카와 인접한 지리적이점을 이용해 수출형 정유설비를 증설중이다. 중동도 원유수출국에서 벗어나, 자체 원유정제설비를 갖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유산업도 바뀐 시장환경에 맞춰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원유정제규모가 세계 6위에 달하는 ‘정유대국’이지만, 그 경쟁력은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설비 비율도 중국이 56%, 인도 44%에 달하는데 반해, 한국은 28%에 불과하다.

인도 릴라이언스사가 최근 지은 세계최대규모 정유시설의 고도화율은 60%에 육박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문영석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우리도 필요하다면 정제시설은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우고, 주유소 폐업비용도 정부에서 지원해 구조조정을 도와야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회사 실적이 좋지않아 고도화설비 투자는 커녕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설비고도화에 대한 세제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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